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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본의 힘
    글. 이정민(쌍용건설 공무팀, 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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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도 국가자격취득 수기를 전합니다. 지면 관계상 실제 수기 내용을 조금 각색하여 전합니다.
 

Story. 1 기본기(건축기사)가 없는 돈키호테 취업준비생
무더위가 끝나고 슬슬 추위가 찾아왔던 2015년 늦가을, 건설 취업의 꽃인 하반기 공채가 시작되었다. 무난한 학점, 좋은 영어성적, 각종 공모전 수상 및 인턴경력까지…. 탈락보다는 합격에 가까운 스펙을 만들어 놓은 나는 하반기 취업을 낙관하고 있었다. 최종면접까지 무난히 올라갔고, 당당하게 면접을 보며 건축업에 몸담은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하지만, 최종면접의 양상은 내가 생각했던 시나리오와는 반대로 흘러갔다.

면접관은 기본기의 중요성을 지원자들에게 질문했다. “스펙이 괜찮으시네요. 그런데 건축기사가 없네요?”, “건축기사가 없는데 시공에 대한 실무를 할 수 있겠습니까?” 등 나의 다른 장점보다 건축기사 자격증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면접관의 폐부를 찌르는 질문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첫 도전은 좌절만을 남긴 채 끝나가고 있었다.

Story. 2 건축기사라는 의미
패기 있게 도전한 취업시장에서 외면받은 후, ‘나는 왜 뽑히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건축기사 책을 폈다. 건축계획, 건축시공, 건축설비, 건축구조, 법규까지 내가 지금까지 배워왔던 지식과 다를 바 없는 과목들이었다. 하지만, 이건 착오였다는 사실을 기사를 공부하며 바로 느꼈다. 분명히 아는 내용이고, 배웠는데 왜 문제를 풀면 틀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무조건 암기하면 되겠지 하고 문제를 풀고, 채점하면 시험지에선 오답의 빗줄기가 쏟아 내렸다.

가벼운 통과의례라고 생각했던 기사 자격증의 무게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겁고 두터웠다. 그 순간, 너무나 부끄러웠다. 기본이 없는 것조차도 모르고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면접에 임했던 것이다. 나는 건축기사의 기본을 갖추기 위해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Story. 3 정신 바짝 차리고 공부했던 날들
겸손한 자세로 공부에 임하기 시작했다. 내가 준비했던 2016년 건축기사 시험은 필기 25.7%, 실기 31%의 합격률이었다. 필기, 실기를 합치면 100명 중 8명 남짓이 합격하는 꼴이었다.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공부하는 내내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러나 이 자격증을 따지 못하는 것은 곧 내가 입사하고 싶은 회사에 합격할 확률이 희박해짐을 의미했다. 학교 도서관에 매일 아침 8시 출근도장을 찍고 6개월간 천천히 그리고 우직하게 준비했다.

혹자는 ‘단기간에 기출문제 열심히 풀면 된다, 벼락치기가 살길이다’라고 유혹했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설령, 그렇게 공부해서 합격한들 휘발되어 사라진 지식이 나에게 뭐가 중요할까?’라는 생각이 들어 더더욱 소처럼 시험내용을 씹고 또 씹어먹으며 공부했다.
 

Story. 4 “제가 누구냐고요? 저는 건축기사입니다”
늦가을, 겨울 그리고 봄…. 6개월간의 사투라면 사투라고 할 수 있는 기사 공부를 마치고 드디어 시험장 앞에 섰다. ‘내가 안 되면 다른 사람들 역시도 안 된다!’라는 마음은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교실에서 내 마음이 고요해질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문제를 보자마자 답을 적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감은 높아졌다. ‘기본이 이래서 중요했던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건축기사는 단순한 시험을 통과해서 얻는 결과물이 아닌 건축이라는 기본을 배우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었던 것이었다. 시험이 끝나고 대망의 결과 발표일이 되었다. 합격 여부보다 내 노력의 결실이 발표된다는 생각에 무조건 합격이라는 자신감과 함께 한편으로 ‘혹여나 실수로 떨어졌으면 어떡하지?’라는 일말의 두려움이 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이제 나는 건축기사가 되었다. 2017년 여름, 1년 6개월 전 취업시장에서 기본이 부족하여 떨어졌던 지원자는 이젠 없었다.
 


Story. 5 건축기사로 사회의 일원이 되다
2017년 상반기 취업시장, 지금 일하게 된 회사에 지원했다. 지원자들은 자신이 가진 여러 장점을 화려하게 면접관들에게 어필하고 있었다. 나는 전날부터 어떤 면이 나를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인가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문득, 나를 떨어뜨린 이 기본기를 면접관에게 어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이거다! 나는 기본기로 이 회사에 들어가겠다 다짐하며 면접장에 들어섰다.

무거운 면접장 분위기와 냉소적인 면접관들의 표정…. 이 상황이 나를 취업으로 이끌 것이라는 생각으로 오히려 당당하게 들어섰다. 공통 질문은 “자기소개를 아주 간략하게 해주세요”였다. 난 면접관에게 “전 건축기사 이정민입니다”라는 한 문장으로 대답했고, 반응은 사뭇 재미있었다.

당시 내 앞에 앉아있던 임원은 나에게 “왜 당신이 건축기사라고 생각하죠?”라고 질문하였다. “전 건축기사가 없어 취업시장에서 기본기가 없다고 취급되던 지원자였습니다. 하지만, 6개월 동안 이론이지만 ‘건축기사’라는 자격증의 기본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따라서, 아직 실무로는 건축기사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그 과정을 나설 준비가 되었습니다.” 나를 어필하였다.

면접관들에겐 상당히 호전적인 답변이었고 나는 상기되어 있었지만 침착함을 유지했다. 순간 면접 분위기가 싸해질 것이란 나의 예상은 빗나갔고, 면접관들이 웃기 시작했다. “그럼 우리가 지원자를 이정민 건축기사라고 앞으로 부르면 되는 건가요?”라고 대답했고, 나는 재차 “그건 면접관님들이 현명하게 판단해주십시오!”라고 나름대로 재치 있게 대답했다.

한 달 후, 나는 신입사원 교육장에 앉아있게 되었다. 이게 나의 취업의 끝이었다. 참 간단한 일이었는데 이 관문을 뚫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기본기가 없으면 그 이상의 과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진리를 깨닫는 데 꽤 긴 시간이 걸렸지만, 이 경험이 인생에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

이 글을 읽을 혹자 역시, 변치 않는 믿음을 가지고 기본에 충실하여 어떠한 상황이든지 지혜롭게 이겨내기를 바란다.

 

업데이트 2021-05-23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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