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 속 청렴, 사소한 것부터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다
    한창희 Integrity Doctor, (사)EK 윤리지식연구소 청렴사회연구소장, 국민권익위원회 청렴교육전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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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Nudge), ‘(옆구리를)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하다’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행동경제학자로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시카고대학교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교수가 주장한 이론이다.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한다. 옆 사람의 팔을 잡아끌어서 어떤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단지 팔꿈치로 툭 치면서 어떤 행동을 유도한다는 의미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여놓는 아이디어만으로 소변기 밖으로 새어 나가는 소변량을 80%나 줄일 수 있었다. ‘화장실을 깨끗이 이용해야 한다’, ‘소변을 흘리지 마십시오’ 등 구호를 구체화했다. 사소한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발상이다. 앞으로 오라고 할 때는 안 오지만 파리 스티커 하나, 발판 하나가 사람의 행동을 이끈다.

코로나19 어려운 상황에서 동장군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버스정류장 곳곳에 설치된 추위바람막이가 잠시나마 온기를 누리게 한다. 지구 온난화인가? 이젠 여름날 온도가 30도를 훌쩍 넘는 것은 다반사다. 횡단보도 앞 그늘막이 뜨거운 태양을 피하게 한다.

모 구청에서 설치한 사소한 그늘막과 추위 바람막이는 이제 전국 횡단보도나 버스 정류장에서 어김없이 시민을 기다리고 있다. 지하철 계단을 밟으면 음악과 레이저 불빛이 나온다. 건강한 걸음이라는 것이다.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 나가려면 바닥에 분홍색, 녹색 등 선을 그려 놓았다. 운전자를 안전하게 안내한다. 장수 의자도 있다. 횡단보도에 교통약자를 위해 모 파출소장이 생각한 것이다.
 

모 회사에서 발생한 일이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여느 때와 같이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옆에 있는 휴지로 자신의 손을 닦는다. 옆에 있던 동료는 손을 닦은 휴지로 세면대 튄 물기를 닦고 휴지통에 버리는 것이다. 설거지를 하고 행주로 물기를 닦듯이. 동료의 작은 행동은 그 직원에게 공감으로 다가왔다. 본인도 같은 행동으로 물기를 닦았다.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회사의 모든 직원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당연한 것으로 정착되었다.
 


한 직원에게서 시작된 행동은 단순히 물기를 닦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휴지 한 장이라도 재활용하며, 다음에 사용할 동료에 대한 배려와 사랑의 마음이 존재하는 것이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가 있다. 남미의 아마존 밀림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서 이르러서는 토네이도 태풍을 일으킨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리 스티커, 대기번호표, 장수의자, 계단과 도로에 그려 놓은 선 하나, 사소한 물기 닦기가 사람의 행동을 이끈다. 내가 교통질서를 지키면 다른 사람도 따라 한다. 누군가 시작한 이 사소한 발상과 행동이 많은 사람에게 편리함과 행복을 가져다준다.

청렴은 부패가 아니다. 부패는 하지 않은 것이다. 금품수수, 부정청탁, 갑질, 담합 등. 청렴은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다. ‘君君臣臣父父子子’처럼 각자(기관)의 주어진 역할을 잘하는 책임성(Accountability)이다. 적극행정, 혁신, 사회적 가치, 사회적 책임, 명장(名匠) 등. 사소함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중요하다. 청렴은 남을 탓하기보다 나부터 사소한 것부터 행동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생활, 업무 속에서 청렴을 실천하고 있다.
 

업데이트 2021-03-02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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