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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사 자격증을 향한 24개월간의 여정 - 최용우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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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이중 보직으로 이발병을 했다. 실무 배치를 받자마자 바리깡을 잡았다. 사수는 나보다 7개월 선임이었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내게 바리깡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그 후 바로 실전에 투입되었다. 그 선임 아래로 내 위로 모든 병사가 대상이 되었다. 선임 머리를 자르는데 떨지 않는 후임이있을까. 실수할 때면 그들은 가까스로 화를 억누르며 한숨을 쉬었다. 못하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닌데 괜스레 미안했다. 그러나 휴가나 연대 신고같이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계급이 높은 선임 이발병에게 머리를 잘라 달라고 부탁하긴 어려웠기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게 다시 돌아왔다.

매일 1시간씩 개인 정비 시간에 머리를 자르고 이발소 청소를 했다. 깔끔한 이발소 유지는 막내인 나의 몫이었다. 반년이 지나니 바리깡이 익숙해지고 머리카락과 친해졌다. 여기저기 튄 짧은 머리카락은 내 옷 속을 파고들었고 가끔은 가시처럼 피부에 박히기도 했다. 8개월이 지나니 부쩍 실력이 늘었다. 선임들은 잘 자른다며 칭찬해 주었고 후임들도 만족했다. 이때쯤 후임 이발병이 들어왔다. 사회에서 미용사를 하던 친구였다. 그 친구가 대뜸 이용사 자격증을 권했다. 흘려들었던 그 말이 전역을 앞둔 때 다시 떠올랐다.

2018년 8월, 전역을 앞두고 필기시험 원서접수를 했다. 한 달 남짓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공부했다. 생각보다 어려웠다. 공중보건이나 위생법을 공부할 땐 포기하고 싶었다. 간신히 67점 턱걸이로 합격했다. 실기를 위해 학원에 다니려고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강사가 없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집 근처 이발소를 돌아다녔다. 처음 갔던 이발소 사장님은 바쁘다며 나를 돌려보냈다. ‘하긴 본업도 바쁘신데 나를 가르칠 여유는 더욱 없으시겠지’ 속으로 생각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두 번째 이발소 문을 두드렸다.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들으시던 사장님은 내일부터 나오라고 하셨다. 제 발로 찾아와서 가르쳐달라고 한 사람은 50년 경력 중 처음이란다. 난 스승님께 바닥 쓸기부터 다시 배웠다. 머리카락이 날리지 않게 차분하게 쓰는 법을 알려주셨다. 스승님은 일주일에 딱 한 번 기본기를 가르쳐주셨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던 것은 가위질이었다.
 

 

사회에선 사람 머리가 귀해 신문지로 연습하라고 일러주셨다. 폭 5cm짜리 신문 다발을 만들어 가위질을 연습했다. 포인트는 가위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위는 정날과 동날이 있는데 정날의 움직임이 없을수록 실력이 좋은 것이다.

실기시험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총 5과목으로 소독, 조발, 샴푸, 드라이, 아이롱펌 모두 처음 접하는 것들이었다. 아이롱펌은 스승님도 모르신다고 하셔서 유튜브를 보며 독학했다. 쉽진 않았지만 연습을 거듭하니 어느 정도 모양이 나왔다. 당시 나는 주 3일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아르바이트에서 번 돈은 모두 통가발을 사는 데 썼다.

대망의 실기 시험일, 한국산업인력공단 인천지사에 도착했다. 날은 제법 쌀쌀했다. 어머니는 내게 후회없이 하라고 하셨다. 시험장 분위기는 냉랭했다. 조용한 분위기에 감독관의 목소리만 들려왔다. 10명씩 시험을 보는데 다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운이 좋게도 세 가지 머리 모양 중 가장 자신 있는 스포츠가 걸렸다. 군대에서 가장 많이 잘라본 머리다. 자신 있게 그리고 거침없이 잘랐다. 너무 거침없이 자른 나머지 기장을 조금 짧게 해 내심 불안했지만 결국 합격했다. 그렇게 24개월간의 연습과 추억은 막을 내린 듯했다.

스승님은 내게 재능이 있다며 복학과 함께 머리 자르는 일을 중단한 것을 아쉬워하셨다. 3월부턴 학교 복학으로 이발소를 가진 못했지만, 지역구청에서 실시하는 봉사활동을 눈여겨보았다. 그러다 여름방학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7월 평소 다니던 교회에서 태국 선교를 가게 되면서 태국 고산지대에 사는 소수민족인 몽족 어르신들을 위해 가위를 잡았다.

손끝 감각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어떤 할아버지는 ‘코리안 페이머스 스타일’을 외치시며 한국에서 유행하는 스타일대로 해달라고 하셨다. 투블럭으로 잘라드렸다. 그는 만족해하시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발병부터 이용사 자격증 취득까지 2년간의 여정이 헛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용사’라는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한 나. 나라가 인정한 이용사인 만큼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자격 취득을 위한 24개월간의 기나긴 여정은 마무리되었지만, 나의 이발 봉사는 여전히 계속될 것이다.
 

업데이트 2020-12-07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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