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격증으로 내 인생의 디딤돌을 쌓아가며
    장유정 이스트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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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아찔했던 면접에서의 기억
처음 자격증의 필요성을 느낀 건 내 생애 첫 최종면접 자리였다. ‘면접’은 나의 강점을 숫자로, 서류로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자리였다. 약점을 숨기랴, 강점을 어필하랴 손바닥의 땀으로 정장 바지가 축축해질 때 즈음이었다.

“이력서에 자격증 취득 내용이 없는데, 자격증 공부는 따로 안 하셨나요?”

사실 예상했던 질문이었다. 지루하게 앉아서 공부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뛰는 것을 좋아했던 나의 성향상 공모전이나 인턴 경험은 많아도 자격증은 하나도 준비하지 않았다.

“저는 자격증 취득보다는 전공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인턴이나 공모전 활동을 주로 했습니다. 직접 발로 뛰고, 눈으로 경험한 것들이 입사 후 실무를 진행할 때 도움이 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고작 종이 한 장짜리 자격증보다 경험으로 얻은 내 스펙에 잔뜩 자만하고 있을 때였다. 나만의 이유로 멋지게 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면접관의 차가운 대답 속에서 나는 결국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은 것은 ‘나만의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 회사는 지원자의 전공지식 수준을 어떻게 판단하죠? 기업에서 자격증을 요구하는 이유는 업무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신입사원이 들어왔을 때 자격증을 통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를 판단하고 실무 교육을 진행합니다. 지원자의 말대로 봉사로 얻은 소통 능력, 인턴 경험으로 얻은 적극성, 학생회를 통한 리더십만으로 우리가 전공지식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요?”

면접을 보고 난 후 자격증 취득은 나의 업무 지식을 판단할 객관적인 자료이자, 나아갈 방향성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실무에 진짜로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하고 싶어졌다.
 

필요한 자격 선별과 취득, 이어진 취업 성공
일단 지원하고 싶은 분야와 자격증을 매칭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나는 임베디드시스템을 전공해서 IT 분야에 취업하고 싶었기 때문에 정보처리기사 자격을 먼저 취득하기로 했다. 정보처리기사는 IT 분야에 필요한 지식을 폭넓게 공부할 수 있는 자격증으로, 데이터베이스, 전자계산기구조, 운영체제, 소프트웨어공학, 데이터통신 과목(2020년 이전 기준)으로 나누어져 있다.

자격증을 공부하다 보니 관심 가는 세부 분야가 생겼다. 운영체제와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보안이었다. 데이터베이스 자격증인 ‘SQLD’, 운영체제 자격증인 ‘리눅스’, 보안 분야 자격증인 ‘정보보안기사’를 파고들었다.
 


기존에는 상반기, 하반기 채용 시즌이라고 하면 무작정 좋은 기업, 적당히 전공에 맞는 기업에 지원했다. 그러나 자격증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이 바로 ‘직군’이었다. 내가 결정한 분야는 바로 ‘보안 기술 엔지니어’였다. 예전에는 ‘회사를 지원하게 된 동기’를 억지로 만들었지만, 입사하고 싶은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과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 같아지면서 진심을 담은 지원 동기가 생겼다.

준비해왔던 것들이 실무에 필요한 지식이었기 때문에 면접에서도 훨씬 수월하게 답할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나는 ‘알약’이라는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 회사인 이스트소프트의 엔지니어로 입사하게 되었다.

회사와 나의 능력을 동시에 증명해준 자격증
입사 후 생각지도 못했던 자격증의 새로운 용도를 깨달았다. ‘자격증은 나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자료’라는 것을 배웠던 면접 때처럼, 자격증은 곧 우리 회사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쓰였다. 여러 백신 소프트웨어 회사가 경쟁하는 보안 분야에서 고객사가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 중 하나가 ‘엔지니어의 능력’이었다.

고객사에서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로 엔지니어의 자격증 보유 현황을 조사했다. 엔지니어인 우리는 이름과 자격증을 나열해서 작성했고 이는 영업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예를 들어, 네트워크 관련 기업에서는 네트워크 자격증이 있는 엔지니어가 업무를 담당할 것을 원했고, 공공기관에서는 정보보안기사를 보유한 엔지니어가 보안 지식이 없는 선생님들에게 전반적인 교육을 진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

여러 분야 중에서 특히 데이터베이스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어느 날 고객사에서 우리 제품과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하는 업무를 요청했다. 팀 내에서 데이터베이스 활용이 가능한 직원은 나뿐이었기에 내가 그 일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다른 고객사에도 해당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다고 영업적으로 제안하게 되었고, 당당하게 내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짱쿼리’(내 성과 데이터베이스 용어를 합침)라는 별명도 얻었고, 인정을 받다 보니 공부하는 데 즐거움이 생겼다. 학부 때 따로 배우지 않았던 분야임에도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얻은 좋은 결과여서 나 자신도 놀랐다.

이렇게 입사 전후로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준 부분이 바로 자격증이다. 애증의 관계처럼 시험에서 떨어지면 힘들어도 또다시 도전하고 싶어지고, 합격하면 공부한 보상을 받는 것 같아서 너무 행복했던 과정들. 취업 준비생 때는 내가 어느 방향으로 살아가야 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회사에 입사해서는 나를 판단하는 기준뿐만 아니라 회사의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다. 앞으로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을 때 더욱 전문적인 내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자격을 공부하고 도전할 생각이다.

 

업데이트 2020-11-29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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