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 세대를 이어 빛을 발하다
    제55회 전국기능경기대회 국무총리상 수상자(의상디자인 직종) 은주패션 김재근 지도교사, 장명주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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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 도시 울산에서 ‘의상디자인’으로만 48년, 기술 전수만 20여 년인 김재근 우수숙련기술자와 지난해부터 의상디자인에 뛰어들어 가파른 속도로 그 뒤를 잇는 제자, 장명주 선수.
울산광역시 대표로 출전한 제55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장명주 선수가 금메달 획득에 이어 종합 2위로 국무총리상을 받으면서 이들에게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옷 만드는 일에 온 생을 쏟은 스승과 옷 만드는 일로 또 다른 인생을 써나갈 제자의 삶.
세대를 잇는 두 기술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Q ─ 제55회 전국기능경기대회 국무총리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두 분 다 수많은 분으로부터 축하를 받으셨겠어요.
장명주 선수
대회 마치고 나니 긴장감이 풀려서 푹 쉬었습니다.(웃음) 경기 결과를 듣고서 저보다 부모님이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주변 분들로부터 옷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도 많이 받았습니다.

김재근 지도교사
이틀 동안 전화기에 불났습니다.(웃음)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부터 주변 분들까지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주었지요. 2006년도부터 약 20년간 선수들을 교육해오면서 아쉽게도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에 그쳤는데, 올해 금메달과 국무총리상 두 개를 한꺼번에 받았으니 얼마나 경사인가요.

Q ─ 장명주 선수는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독특하다고 들었습니다.
장명주 선수
선생님을 뵙기 전까지는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문화센터에서 홈패션 강의를 듣다가 ‘이건 취미 생활밖에 안 되겠구나. 자격증에 도전해야겠다.’ 생각해서 규방 공예를 함께 배운 지인을 통해 울산여성회관 김재근 선생님을 알게 됐죠. 처음에는 양장기능사 자격증을 준비했습니다.
 

김재근 지도교사
매년 양장기능사 합격률이 30%가 채 안 됩니다. 그런데, 첫 도전에 필기와 실기를 한 번에 합격했으니 잘한 거지요. 그러다 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명주 씨도 자격증만 공부하지 말고, 경기대회 나가보는 게 어때?”라고 하니 본인도 해보겠다고 해요. 그렇게 지도하게 됐습니다.
 


Q ─ 오랜 시간, 전국기능경기대회 지도교사를 해오셨으니 선수의 기량을 어느 정도는 파악하셨을 듯합니다.
김재근 지도교사
솜씨를 보고 ‘제법 한다’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표현하지는 않았습니다. 칭찬을 듣고 나면 더 잘하기도 하지만, 이유 없이 느슨해지기도 하거든요. 저도 선수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메달’에 대해서도 부담을 주지 않았지요. 그렇지만,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기 때문에 살짝 기대는 했습니다.(웃음)

Q ─ 이번 대회 준비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셨나요?
김재근 지도교사
매일 ‘오늘은 이걸 이렇게 가르쳐줘야지’ 고민하면서 이 문에 들어옵니다. 6~7년 전 대회 과제까지 다 수집해두었거든요. 그걸 또 하나하나 해답을 알려주면 의미가 없습니다. 선수들 스스로 과제를 풀도록 하고, 모르는 부분은 물어가면서 하는 습관을 들여놓으니 어떤 과제를 봐도 당황할 것이 없지요.

장명주 선수
선생님 지도 아래 주 6일 하루 12시간씩 준비했습니다. 과제에 따라서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하고, 3시간에서 2시간, 이렇게 시간을 줄이는 연습도 했고요. 첫 출전이었던 2019년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는 장려상을 받았거든요. 처음부터 잘할 수 없으니, 이번 대회를 제대로 준비하자고 생각했죠.

Q ─ 의상디자인 직종 과제는 어떻게 구성되었나요?
김재근 지도교사
전국기능경기대회 과제는 17개 시도가 모두 참여해 출제합니다. 그중에서 한 달 전 3개 과제를 뽑고, 당일에 1개 과제를 최종 선정합니다. 이번에는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만드는 과제였습니다. 1과제 드레이핑-2과제 스케치-3과제 패턴 설계-4과제 의상 제작이었는데 시간 안에 만든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쉽게 말해 시간을 맞추려면 ‘태풍 맞은 옷’이 될 정도의 난도였지요.

Q ─ 선수 입장에서도 꽤 까다로운 과제였겠네요. 그날 경기를 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장명주 선수
많이 긴장했습니다.(웃음) 첫날에 1~4과제 모두 진행되었거든요. 다음날에 이어서 4과제를 하고, 셋째 날 최종 완성해서 제출해야 했어요. 그동안 연습한 그대로만 하자고 계속 되뇌며 작업했고, 모든 과제를 ‘시간 안에’ 제대로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김재근 지도교사
과제를 빠르게 해낸다고 해서 1등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이번에 장명주 선수는 마지막에 다림질까지 완벽하게 해냈어요. 시간을 잘 활용한 거지요. 대회를 앞두고 ‘시간 관리’를 충분히 한 결과입니다.
 


Q ─ 전국기능경기대회 일반부 참가선수로서 10~20대 선수들보다는 연령대가 높은 편입니다. 그래도 기술인으로서 ‘늦은 선택’은 아니라고 하셨지요?
김재근 지도교사
그렇지요. 저는 의상디자인 길만 48년째 걷고 있습니다. 맞춤복을 만들다가 교육으로 길을 바꾼 후에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가 되었지요. 그
때 내 나이 마흔여덟이었어요. 나이도 나이지만, 남자가 옷 만드는 일을 하려고 한다고 온 집안이 다 반대했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은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친구들이 저를 부러워하죠. 기술은 평생 직업입니다.

장명주 선수
앞으로 패션디자인산업기사부터 의류기술사까지 꾸준히 자격을 취득할 겁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하고, 대학원에도 진학할 예정입니다. 대회에서 수상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이제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Q ─ 장명주 선수의 앞날을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두 분의 ‘의상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장명주 선수
‘내가 이걸 완성했다’라는 그 뿌듯함이 정말 크거든요. 홈패션을 정말 어릴 때부터 즐겼고, 그 기억을 계속 갖고 있다가 하고 싶은 걸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후 들어선 길이에요. 저에게 의상디자인은 옷 만드는 즐거움이 제일 우선인 것 같아요.

김재근 지도교사
젊었을 때도 지금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지요. 다시 태어나도 이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의상디자인 직종 우수숙련기술자에 이어 울산지역 최고 장인에 선정되고, 이렇게 제자가 전국기능
경기대회에서 수상까지 하니 모든 꿈을 이루었습니다. 이제는 세대 기술 전수에 힘쓸 때입니다. 이제는 제자들이 심사와 강의를 도맡고 기술을 이어가도록 하는 것이 나의 목표입니다.


의상디자인을의상디자인을 위한 세 가지 조건위한 조건

1. 성실해야 한다
주어진 과제를 끝까지 해내겠다는 일념으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런 진득함이 필요하다.

2. 재능이 있어야 한다
의상디자인은 손재주도 있어야 한다. 손기술로 미학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3. 기초를 잘 다져야 한다
우승한다고 해서 옷을 잘 만드는 것은 아니다. 한 계단씩 꾸준히 성장해 기초가 튼튼한 기술자가 되어야 한다. 

업데이트 2020-11-0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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