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디지털 컬처를 이야기하다
    SAP Korea Ltd. 오용석 최고문화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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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 Korea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분야 글로벌 1위라는 타이틀과 함께 독특한 기업문화로 명성을 크게 얻고 있는 회사다. 그리고 오용석 최고문화전문가는 SAP Korea의 기업문화를 새롭게 직조한 일등공신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이번 9월에 열리는 제14회 인적자원개발컨퍼런스에서 ‘디지털 컬처’를 주제로 강단에 설 그를 미리 만나보았다.
 

 

최적의 근무환경을 찾는
끝없는 도전

SAP Korea(이하 SAP)는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회사이다. 그러나 IT업계 관계자라면 SAP가 독일에 본사를 둔, 벤츠와 BMW를 뛰어넘는 시가 총액 1위의 IT기업이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도곡동에 위치한 SAP Korea는 독특한 작업환경과 첨단 IT기술이 버무려진, 어디와도 닮지 않은 모양새를 자랑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은 SAP가 가진 독특한 기업문화이다. 서로를 파트너라고 부르며 호칭을 파괴하는 것을 시발점으로 갖춘 수평적 조직문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장실과 임원실, 사무실 내 아무 데서나 일할 수 있는 모바일데스크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코로나19 이후 여러 기업이 선택의 여지가 없이 강제적으로 떠밀렸던 재택근무 역시 SAP에서는 이미 6년 전에 파일럿 테스트로 진행했던 시스템이었다.

“우리가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우리한테 적합한 최적의 근무환경이 무엇일까를 지속해서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오용석 파트너가 명쾌하게 설명한다. 그는 SAP 내에서 독특한 포지션을 자랑하는 인물이다. 최고문화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되 소속은 대표이사실, 그의 매니저는 대표이사뿐이다. 보통 기업의 직제를 생각한다면 어마어마한 권력(?)을 가진 인물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며 이는 SAP가 기업문화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천 마디 설명보다 확실하게 각인되는 부분이다.
 


“5년 전만 해도 제가 기업문화를 얘기하면 사람들은 하품부터 했어요. ‘너희가 구글이야? 그런 회사가 어딨어? 그건 완전히 딴 나라 얘기지’ 하는 반응이 대다수였죠. 그런데 유니콘 기업의 성공사례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몇 년 새 기업문화에 대한 관심이 붐처럼 확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저지르는 오류가 있었다. 바로 기업문화와 복지를 혼용하거나 혼동하는 것이다. 오용석 파트너는 직원들이 행복하게 회사에 다닐 수 있게 하는 것이 일이고 목표지만 기업문화를 곧 ‘복지’라고 이해하는 것은 너무 한정적이라고 말한다.

즉, 기업문화 또한 디지털 컬처로 접근해야 할 때다. 과거에는 비디오아트 등 주로 예술 영역에서 이야기되던 디지털 컬처가 사람과 환경, 기술을 아우르면서 기업문화 자체를 이루는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발적인
마인드 셋이 가져오는 행복

오용석 파트너는 코로나19 시대가 도래하면서 더욱이 ‘디지털 컬처’가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고 운을 뗐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확진자 추이와 숫자, 동선을 홈페이지에 보고서 형태로 매일 정리해서 올립니다. 그런데 한 대학생이 앱을 하나 만들어서 확진자 동선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어요. 정부는 국민들에게 부족한 마스크를 주5일제로 공급했습니다. 한 유저가 마스크 재고 수량을 파악할 수 있는 앱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했지요.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정부와 기관이 하는 ‘업무’ 방식은 변함이 없었는데 앱이라는 ‘기술’이 접목되면서 ‘고객 관점’으로의 전환이 ‘자발적’으로 일어났다는 점이에요.”
 


오 파트너는 이런 고객관점에 주목했다. ‘마인드 셋’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한 것은 SAP의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면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었다. 제도가 만들어지고 사람이 따라가는 게 아니라 사람이 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제도가 스며드는 것. 이것이 너무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기업문화에서 다소 억지스러운 게 무엇이느냐 하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직원들이 다 눈치채는 거예요. 하지만 저는 아주 디테일한 방식으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기업문화를 설계합니다. 참여율보다 인식률을 중요하게 여기고 중장기전략 계획보다는 큰 방향성을 갖고 가요. 끊임없이 임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현실에 맞게 수정을 하는데 사실 이건 매우 큰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에요. 365일 24시간 기업문화를 생각해야 하니까요.”

머리맡에 늘 수첩과 펜을 놓고 잔다는 오용석 파트너가 ‘고통’을 이야기하며 활짝 웃는다.


직원이 행복한 회사,
SAP Korea

애자일 워크플레이스(Agile Workplace)는 SAP가 코로나19 이후 도입한 것이다. 이는 재택근무보다 큰 상위개념으로 집이 아니라 언제나 어디서나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우리의 목표는 모든 시스템을 100% 온라인으로 만드는 게 아닙니다. 온라인이 좋은 영역이 있고 오프라인으로밖에 할 수 없는 영역이 있어요. 그리고 대체 가능한 영역도 있지요. 그 영역들을 빨리 구분해내는 게 우리의 생존전략이에요.”

콜라보레이션이나 커뮤니케이션 영역은 오프라인이지만, 고립상황에서는 태세전환과 효율성이 필요한 것이다.
한편, 오용석 파트너가 원하는 기업문화는 ‘해와 달’로 귀결된다. 스스로 외투를 벗게 만드는 따뜻한 해의 힘으로 조직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마인드 셋을 대체 어떻게 바꾸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성희롱예방교육 얘기를 해볼게요. 우리 회사는 의무 교육인 성희롱예방교육을 놓고 디자인씽킹(SAP의 하소 플레트너 회장이 만든 교육프로그램으로 인간의 필요에 공감하고 대중이 모르는 잠재 욕구를 발굴해서 프로토타입까지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을 합니다.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성희롱 사례, 원인, 문제 등을 각자 포스트잇으로 붙이고 토론을 거쳐 결국 취업규칙까지 바꿉니다. 직원들의 참여를 통해 사규까지 변경하니 자발적으로 참여하려고 해요.”
 


직원들이 선택하게 만드는 SAP의 조직문화가 거둔 성과는 가히 놀랍다. 매년 진행되는 직원설문을 살펴보면, 자부심, 존중, 보상, 동료애 등 전 항목에 걸쳐 골고루 높은 점수가 나온다. 이 지수가 1점이 상승했을 때 9천만 유로에서 1억 유로까지 이익률이 늘어난다는 통계도 있다.

블라인드 앱에서 SAP Korea는 2019년 재직자가 행복한 기업 TOP 9 안에 들었다. 세계 80여 개국에서 운영되는 SAP지만 SAP Korea의 위상은 남다르다. SAP가 펜데믹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 데 우리나라가 훌륭한 롤모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9월에 열리는 제14회 인적자원개발컨퍼런스에서 디지털 컬처의 실제 사례와 조직생존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IT 영역의 모든 프로그램들을 테스트해보고 본인 회사에 적합한 걸 뽑아 쓰는 정보 공유의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거시적인 시야를 위한 길잡이 역할, 그게 이번 강연의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9월에 뵙겠습니다.”

 

업데이트 2020-09-2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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