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을 방문해 업무용·직원 차량을 세차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울산발달장애인 사회적협동조합 다른과 너른(이하 다른과 너른)이다.
2017년 9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다른과 너른은 ‘새차랑’이라는 브랜드로 성인 발달장애인이 자기주도성을 갖고 일하며, 사회화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울산 지역에서 출장 손세차 서비스를 제공한다.
발달장애인 특성 고려한 사회적기업 ‘새차랑’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오는 발달장애인이 특성과 적성, 꿈에 맞게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은 제한적이다. 직업재활시설에서 단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을 품을 수 있는 넓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은 다른과 너른은 성인 발달장애인들이 효능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2014년 9월 출발했다.
‘새차랑’ 운영 방식은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팀을 이루고, 철저하게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맞춰 기획됐다. 발달장애인은 통합적이고 복합적인 사고가 어렵기 때문에 세차가 이뤄지는 과정 전부를 발달장애인 한 명이 수행하기 힘들 수 있지만, 작업을 나눠 협업하면 완수해낼 수 있다.
그래서 ‘새차랑’은 발달장애인들이 휠 청소, 내부 청소, 유리 청소 등 각자 맡은 일을 책임지고 수행해 세차를 마무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와 함께 고압 물분사기를 사용할 경우 다칠 위험이 있어 물 사용량이 현저히 적은 초음파 에어세차 방식으로 진행한다. 게다가 많은 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출장 서비스 역시 발달장애인의 사회화를 위해 도입한 방식이다. 직장에서 제공하는 차량에 탑승해 집과 직장을 오가는 생활 대신, 세차를 요청한 곳을 직접 찾아가 합류하기도 하고, 다양한 공간에서 여러 고객과 만나 세차비는 얼마이고,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울산에서 세차를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는 세차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신의 일을 하며 보람 느끼고 사회성 키우다
현재 ‘새차랑’은 20대 6명, 30대 2명, 40대 1명, 50대 1명 등 발달장애인 10명과 비장애인 4명으로 구성돼 있다. 발달장애인들이 분업해 손세차 작업을 진행하는 만큼,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
이광열 총괄이사는 ‘새차랑’이 “단순한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발달장애인 사례 관리”라고 강조했다. 장애 정도가 다르고, 강점과 약점도 다른 발달장애인 한 명 한 명에 맞춰 사회인으로서 보다 성장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지한다. 바깥에서 작업하는 특성상 여름에는 더위를, 겨울에는 추위를 이겨내야 한다. 이광열 총괄이사는 조합원들에게 “어떤 일이든 힘들고, 어떤 마음으로 일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자주 이야기하며 이들을 응원한다.
‘새차랑’ 발달장애인들의 표정은 밝다. ‘새차랑’ 초기부터 지금까지 일하는 발달장애인도 있다. 이광열 총괄이사는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제공을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으로 여기는 분위기 속에서 발달장애인에게 적합한 직종과 직업군을 발굴해 직무능력을 향상시키고, 발달장애인이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자기주도성을 키워나갈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고 ‘새차랑’의 성과를 평가했다.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서 함께 성장하기를
2017년 10월부터 한국산업인력공단 직원들의 세차가 훨씬 편해졌다. ‘새차랑’이 금요일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직접 방문해 손세차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새차랑’에게 전기를 제공하고, 업무용 차량 세차를 맡긴다. 세차가 필요한 직원들은 따로 시간을 내 세차장을 찾을 필요 없이 ‘새차랑’에 마음 놓고 세차를 맡기면 된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세차를 의뢰하는 방식이다.
이렇듯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공단이 자리 잡은 울산지역의 사회적기업을 이용하며 동반성장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외에도 북구청, 울주군청, 근로복지공단, 강북교육지원청, 울산도시공사 등이 ‘새차랑’의 정기적인 출장 손세차 서비스를 이용한다.
‘새차랑’은 사회적기업이다. 발달장애인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도 일정 정도의 수익을 창출해야 오래 갈 수 있다. 이광열 총괄이사는 “‘새차랑’ 출장 손세차 서비스를 보다 많이 이용해 달라”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새차랑’은 더 많은 주문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시혜적인 접근 대신 사회구성원으로 동등하게 여기고, 여럿이 함께 한다는 연대감을 바탕으로 ‘새차랑’을 찾아 달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광열 총괄이사는 “세상이 변하는 만큼 공공기관의 사회공헌활동이 함께 성장하고픈 대상의 입장을 먼저 고려해 무엇이 필요로 하는지 살펴보고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에게 적합한 직종과 직업군 발굴 과정에서 탄생한 ‘새차랑’은 발달장애인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세차 과정을 잘게 쪼개 협업해 작업하기 때문에 고객을 만족시키고 있다.
‘동등한 시민권을 누리는 견실한 발달장애인 직업인 양성’을 위해 만들어진 다른과 너른. 앞으로 다른과 너른은 ‘새차랑’뿐 아니라 발달장애인에 맞는 일을 기획해 내고, 발달장애인 지원 인프라·네트워크 구축, 발달장애인 직업 모형과 교육에 더욱 힘쓸 계획이다.
‘새차랑’ 출장 손세차 신청
☎ 052-298-8253, 010-5114-8253
후원계좌
농협 301-0160-0113-71
신한은행 100-030-857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