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가공 분야 우수숙련기술자인 김정배 굴다리영어조합법인 대표는 ‘밥도둑’ 젓갈을 만든다.
2016년 해양수산부로부터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5호(지정분야 : 새우젓 제조)로 선정된 김정배 대표는
외조부부터 시작해 온 젓갈을 후손에까지 전수시켜 명실상부한 젓갈 명가(名家)의 전통을 만들 계획이다.
1930년대 외조부로부터 내려온 전통
젓갈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중국, 베트남 등 전 세계에서 긴 역사를 지닌 발효식품이다. 우리나라 역사서에 등장하는 젓갈에 대한 기록은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 제8권 신라본기가 최초다. 신라 신문왕 3년(683년)에 왕비를 맞이할 때 예물로 젓갈을 보냈다고 기록돼 있다.
3년(서기 683) 봄 2월, 순지(順知)를 중시로 삼았다.
일길찬 김흠운(金欽運)의 작은 딸을 맞아들여 아내로 삼기로 하고, 우선 이찬 문영(文穎)과 파진찬 삼광(三光)을 보내 기일을 정하고, 대아찬 지상(智常)을 보내 납채(納采)하게 하였는데, 예물로 보내는 비단이 15수레이고 쌀, 술, 기름, 꿀, 간장, 된장, 포, 젓갈이 1백3십5수레였으며, 벼가 1백5십수레였다.
- 「원문과 함께 읽는 삼국사기」
젓갈은 왕실만의 음식은 아니었다. 1123년 송나라 사신 서긍이 쓴 「고려도경」에는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상용하던 음식이 젓갈이다”라고 나와 있다. 소금이 부족한 동해안 지방에서는 소금과 곡류를 넣어 삭힌 식해(가자미식해, 명태식해 등)가 발달했고, 염전이 많은 서해안 지방에서는 젓갈이 발달했다.
“태교를 젓갈로 했습니다.”
김정배 대표의 외조부는 백석포구에서 객주를 하며 젓갈을 만들었고, 부모를 거쳐 김정배 대표까지 이어졌다. 정확한 연도를 알 수는 없지만 1930년대부터 내려온 전통이다. 김정배 대표는 어머니, 아버지가 젓갈을 담그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랐다. 김정배 대표는 하루에 40~50명의 상인들이 찾아와 젓갈을 사가던 모습을 기억한다.
어려운 시절이라 김정배 대표의 집에서 상인들이 아침을 해결하던 모습은 아직도 선하다. 상인들에게 젓갈 값으로 돈 대신 쌀을 받으러 다니는 심부름도 했다. 김정배 대표는 결혼 후 본격적으로 가업에 뛰어들었다.
2004년에는 새우젓 부문 전통식품으로 지정받고, 2014년 위해 방지를 위한 사전 예방적 식품안전관리체계인 HACCP(해썹) 인증을 받았다. HACCP(해썹) 인증은 중국산 젓갈 제품이 밀려오는 가운데 오직 품질로 인정받기 위해 던진 승부수였다. 이어 2016년에는 새우젓 제조로 대한민국 식품명인 반열에 올랐다.
“대한민국명장이라는 제도를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대한민국 식품명인이 된 후 2018년 우수숙련기술자를 신청했습니다. 우수숙련기술자로 선정돼 기쁘죠. 대한민국명장으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도 계속 기울일 계획입니다.”
소금과 온도 노하우로 탄생하는 건강한 ‘밥도둑’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한 젓갈이 탄생하려면 원재료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원재료가 좋아야 좋은 품질의 젓갈이 만들어진다. 다양한 젓갈이 존재하는 만큼 젓갈과 원재료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김정배 대표는 품질 좋은 수산물을 찾아다닌다.
전남 신안, 강화도, 통영, 목포에 이르기까지 좋은 수산물 경매가 있다는 소리가 들리면 전국 방문을 마다하지 않는다. 아내 고삼숙 씨와 동행하면서 세상사는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는 기쁨도 크다. 지난 5월 초 연휴에는 영덕 가는 길에 자녀도 함께 해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발자취’를 알려주는 기회도 가졌다.
젓갈에서 소금은 빠져서는 안 될 재료다.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을 사용하고, 무엇보다 적정한 염도가 중요한데, 염도가 높으면 발효 속도가 늦어지고, 염도가 지나치게 낮으면 물러져 부패하기 쉽기 때문이다. 김정배 대표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터득한 적정 염도를 맞춰 ‘밥도둑’ 젓갈을 만든다.
“젓갈에 손만 넣어 봐도 짠맛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토굴 숙성이 더해진다. 아버지 고(故) 김주학 씨가 계곡이 형성된 지역에 흙을 옮겨와 평평하게 만들고, 돌을 쌓아 50m 토굴을 만들었으니 50년 정도 됐다. 항상 12~15℃를 유지하는 토굴에서 저온숙성 과정을 거쳐야 맛있는 젓갈이 탄생한다.
김정배 대표는 전통을 계승하되 새롭게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한 예로, 창난과 명태알로 만든 ‘명창젓’을 개발했다. 여기에 표고버섯으로 효소를 만들어 넣는데, 젓갈의 고유한 풍미를 유지하면서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돕니다.
김정배 대표는 ‘표고버섯과 표고버섯 발표물이 함유된 젓갈 제조방법’을 특허 등록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김정배 대표가 만든 젓갈은 백화점에 이어 최근 홈쇼핑에 진출했다. 건강을 생각한 저염 젓갈이어서 구매한 고객이 다시 찾으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제가 만든 젓갈을 소비자가 알아주면 가장 보람이 있죠.”
김정배 대표의 꿈은 자녀들에게 가업을 물려주는 일이다. 딸은 이미 김정배 대표와 일하고 있고, 식품공학을 전공한 아들은 폭 넓은 경험을 쌓기 위해 지금은 다른 기업에서 근무 중이다. 자녀들과 함께 100년의 전통을 만들어 가려 한다.
젓갈은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문화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젓갈을 먹기 시작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젓갈이 나오는 최초의 문헌인 「삼국사기」만 따지면 천 년이 훌쩍 넘었다. 천 년 이상의 전통이 외조부와 부모를 거쳐 김정배 대표에게 닿았다.
젓갈을 선호하는 고정 고객층은 아무래도 고령층이다. 김정배 대표는 젊은 층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는 젓갈을 만들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김정배 대표는 이를 자녀들에게도 잇게 해 젓갈 명가(名家)를 이룩하려고 한다. 이러한 김정배 대표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