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발명하고, 버린 플라스틱은 바다로 흘러 들어가 태평양에 거대한 쓰레기 섬을 만들었다.
유럽 플라스틱 및 고무 제조자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2015년 기준 132.7kg으로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시대.
플라스틱 쓰레기의 위험성과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플라스틱의 탄생
플라스틱(plastic)은 그리스어로 ‘형태를 만든다’는 뜻의 ‘plastikos’에서 유래한 단어다. 플라스틱은 크게 천연수지와 합성수지로 나눌 수 있는데, 최초의 플라스틱은 1869년 존 웨슬리 하이엇이 셀룰로오스를 주요 원료로 만든 ‘셀룰로이드’다. 미국 남북전쟁 후 당구가 크게 유행했는데, 상아로 만든 당구공 가격이 너무 비싸 상아를 대체할 소재로 ‘셀룰로이드’가 탄생했다. 1907년 레오 베이클랜드가 발명한 페놀수지 ‘베이클라이트’는 식물에서 유래한 고분자 화합물을 사용하지 않은 최초의 인공 합성수지였다.
페놀수지가 발명된 후 다양한 합성수지가 속속 등장했다. 조 지무쇼가 「30가지 발명품으로 읽는 세계사」에서 “플라스틱 제품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수지를 이용한 제품’이라고 정의한다면 집안에 있는 거의 모든 물건이 플라스틱 제품에 해당할 것”이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오늘날 플라스틱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
플라스틱으로 죽어가는 동물들
플라스틱의 종착지는 바다다. 바다거북은 플라스틱 쇼핑백을 해파리로 오인해 섭취한다. 최근 영국에서는 돌고래, 물개, 고래 등 50마리의 해양동물 사체를 조사한 결과, 모든 동물의 소화기관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기도 했다.
오는 5월 5일까지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크리스 조던: 아름다움 너머’ 전시에서는 플라스틱 조각들을잔뜩 삼킨 앨버트로스의 사체를 찍은 ‘슬픈’ 작품을 볼 수 있다.
크리스 조던은 태평양 미드웨이 섬에 머물며 플라스틱 조각을 먹고 사는 앨버트로스를 촬영했다. 3m나 되는 날개로 5,000km까지 비행할 수 있는 앨버트로스는 특히 일회용 라이터와 병뚜껑을 먹이로 착각한다. 앨버트로스는 생후 5개월이 되면 소화되지 않은 먹이를 토해내는 역류를 시작한다. 이때 플라스틱이 소화관을 막으면 앨버트로스 새끼는 살아남기 어렵다. 미드웨이 섬에서는 매년 10만 마리의 레이산앨버트로스 새끼가 죽는데 이중 4만 마리가 플라스틱 섭취 때문에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합성섬유도 플라스틱?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널리 알려지면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텀블러와 장바구니 사용은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다.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하기 위해 종이 빨대나 재사용이 가능한 스테인리스 빨대, 쌀로 만든 빨대도 등장했다.
포장용 플라스틱 역시 사용량이 만만치 않다. 독일에선 일회용 포장지를 사용하지 않는 식료품점 ‘오리기날 운페어팍트(Original Unverpackt)’가 등장했다. 고객들은 직접 용기를 가져와 식재료를 담아간다.
서울에서도 제로 웨이스트 상점 ‘더 피커(인스타그램 @thepicker)’와 ‘지구(@zerowaste_jigu)’가 생겼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카페 ‘보틀팩토리’는 용기를 준비해 와 식재료를 구매할 수 있는 ‘채우장(@chaewoojang)’을 매달 열고 있다. 이와 함께 합성섬유로 만든 옷을 덜 입는 실천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나일론, 폴리에스터 같은 합성섬유 역시 플라스틱의 일종. 세탁 과정에서 합성섬유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에 합성섬유 의류를 덜 입는 선택이 필요할 때다.
※ 참고 자료 _ 「플라스틱 바다」(찰스 무어, 커샌드라 필립스 저, 미지북스), 「30가지 발명품으로 읽는 세계사」(조 지무쇼 엮음, 시그마북스), ‘Microplastics in marine mammals stranded around the British coast:ubiquitous but transitory?’(S. E. Nelms 외, 「Scientific Reports」, 2019.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