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명장 인터뷰
    대한민국 판금•제관 분야 명장 고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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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부자(父子)명장 고민철 명장을 만나다.

산업 발전의 근간인 제조업 분야 최초로 대를 이은 ‘부자(父子) 명장’이 탄생했다.

41년간 HD현대중공업에 근무하며 숙련기술의 미래를 만들어온 아버지 고윤열 명장의 길을 아들 고민철 명장이 이어받은 것이다.

HD현대중공업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제작 생산파트장으로 근무하며 울산과학대학교 겸임 교수로 후학을 가르치는 고민철 명장을 만나 세대를 잇는 숙련기술의 가치에 대해 들어봤다.
 

 

어린 시절 기억 속 아버지는 늘 땀 냄새 배인 작업복 차림이었다. 평생 거친 현장을 누비는 아버지를 보며 자랐지만, 고민철 명장의 꿈이 처음부터 기술인은 아니었다. 현장의 고단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버지 고윤열 명장 역시 아들이 안락한 엔지니어의 길을 걷기를 바랐다.

 

하지만 사회로 나갈 무렵, 그는 책상 앞의 삶보다 몸으로 부딪치며 정직한 결과를 만드는 기술의 매력에 매료되었다. “용접을 배우며 기술이 몸에 붙는 성취감을 느꼈다. 공부는 성과가 보이기까지 오래 걸리지만, 기술은 노력한 만큼 실력이 늘어나는 게 눈에 보였다. 그게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그렇게 서른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HD현대중공업에 입사하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입사 초기 ‘고윤열 명장의 아들’이라는 시선은 피할 수 없는 부담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시선을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드는 동력으로 삼았다. “부담감 덕분에 오히려 더 긴장하고 완벽해지려 노력했다. 아버지는 기술을 직접 가르쳐주지는 않으셨지만, 존재만으로도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의 거대한 이정표였다.” 그는 그렇게 누군가의 아들이 아닌, 오직 실력으로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증명해 냈다.
 

 

현장에서 찾은 새로운 해법

고민철 명장이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현장 기술에 새로운 측정 방식을 접목하면서부터다. 주 영역인 판금과 제관 작업에 3차원 측정 장비를 결합해 정밀하고 효율적인 공정을 구축했다. 외부 인력에 의존하던 기존 검사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장비를 익혀 현장에 적용함으로써 작업 정밀도와 품질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직접 해보니 오차가 줄고 작업 과정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거창한 혁신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 맞는 발상의 전환이다.” 이미 존재하는 기술이라도 실제 제조 과정에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과는 달라진다. 이 시도는 결국 사내 핵심 기술로 인정받았고, 그만의 독보적인 자산이 되었다.
 

 

끊임없는 배움, 후배를 향한 새로운 이정표

 

고민철 명장은 기술을 개인의 전유물로 여기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체계적인 데이터화와 공유를 강조한다. 이를 위해 퇴근 후 사내 대학과 점은행제를 거쳐 최근 모빌리티 제조학과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새로운 장비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굳건한 신조다.

 

최근에는 울산과학대학교 겸임 교수로 강단에 서며 후배들에게 기술뿐만 아니라 기술을 대하는 현실적인 태도를 전하고 있다. “미래를 비관하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암울해 보일수록 차근차근 자격을 갖추고 있어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

 

그는 로봇과 AI 시대에도 사람의 손끝과 판단이 필요한 현장 기술은 결코 대체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새로운 기술을 유연하게 수용하면서도 현장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 인재, 그것이 그가 후배들에게 제시하는 미래 기술인의 모습이다.
 

 

숙련기술의 미래를 여는 새로운 힘

 

아버지 고윤열 명장은 지금의 젊은 세대가 자신들과는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세대가 해외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한국식으로 발전시키는 데 강했다면 이제는 그다음 세대가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융합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아버지의 말처럼 고민철 명장은 전통적인 숙련기술 위에 새로운 기술 감각을 더하는 세대다. 현장을 몸으로 익힌 기술인인 동시에 측정 장비와 데이터 활용을 통해 기술을 확장하는 실천도 필요하다. 고민철 명장은 거기에 더해 후배 기술인을 양성하고 현장의 가능성을 넓히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부자 명장이라는 상징성을 잘 살리면 기술을 배우려는 후배들에게 동기부여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버지와 함께 숙련기술의 가치를 알리고 누군가에게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줄 수 있다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아버지의 길 위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 걸음씩 영역을 넓혀온 고민철 명장. 그가 보여주는 숙련기술의 미래는 단지 기술의 계승에 머무르지 않는다. 전통적 현장 경험과 새로운 기술 감각, 그리고 끊임없이 배우고 나누려는 태도가 만나야만 다음 시대의 명장이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자신의 삶으로 증명하고 있다.

 

 

 

 

업데이트 2026-04-02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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