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이엔지 오광진 대표는 1986년 기계 분야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지금까지, 기계 부품 산업의 발전과 함께 걸어왔다.
전동 공구부터 자동차, LCD, 전기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변화 속에서 그는 시대가 요구하는 기술을 민첩하게 포착하고, 핵심 부품을 직접 개발하며 자신만의 기술력을 입증해 왔다.
그 결과 40여 년간 산업 현장을 굳건히 지켜온 뚝심과 실력을 인정받아, 2024년 11월 제213호 기능한국인으로 새겨졌다.
위기에서 찾은 길
기계를 좋아했던 그는 기계공고에 진학했고, 이후 기계과를 전공하며 전문성을 키워나갔다. 졸업 후에는 관련 업계에서 12년간 성실하게 근무했다. 그러나 삶의 전환점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1997년, IMF라는 국가적 경제 위기는 그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안정적이라 믿었던 직장을 의지와 상관없이 떠나야 했고 눈앞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현실적인 벽이 놓여 있었다. 막막했던 상황 속에서 그가 택한 길은 자신이 가진 기술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일이었다. ‘모두가 바닥이라면 오히려 도전해 볼만하지 않겠나’라는 각오로 시작한 일이 바로 신산이엔지의 출발점이었다.
“당시 모두가 힘들었기 때문에 망한다고 해도 바닥인 건 마찬가지였어요. 그렇다면 ‘한번 도전해 보자’ 그런 마음이었죠.” 신산이엔지 초기에는 그동안 쌓아온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조립용 공구와 부품 유통에 집중했다. 특히 파나소닉 전동 공구 대리점을 맡아 제품 공급과 영업망 확장에 주력하며 사업 기반을 다져갔다. 처음에는 공기압 기반의 ‘에어 공구’를 취급했지만, 그는 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읽었다. 에어 공구는 특성상 에어 호스와 커플러를 연결해야 하고, 공기 주입 장치도 필요해 작업 환경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충전식 전동 공구가 더 많이 사용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사업 방향을 충전식 전동 공구 중심으로 전환했고, 여기에 더해 무거운 중량물을 운반할 수 있는 플레인 베어링이나 볼 캐스터 제품도 함께 취급하며 사업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현장에서 찾은 문제, 실전으로 증명하다
하지만 오광진 대표는 단순히 ‘공급자’에 머무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산업 현장의 문제를 발굴하고 기술로 해법을 제시하는 것, 기술자가 가져야 할 핵심 태도라고 여겼다. 다양한 영업 현장을 누비며 생산 현장에서 직접 문제를 목격한 그는, 기술 개발자로서 사명을 더욱 깊이 실감하게 된다.
“처음에는 영업을 위해 디스플레이 제조업체들을 다녔어요. 우연히 LCD 생산 라인을 살펴보던 중 얇은 유리판을 보관한 카세트 자동 이송 설비에서 먼지(파티클) 문제가 빈번히 발생해 불량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당시 사용되던 실린더 방식은 장비가 지나치게 크고, 작업 환경도 깨끗하지 못하다는 한계도 있었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컴팩트하고 먼지(파티클) 발생을 줄일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렇게 개발한 것이 바로 ‘센터링 유닛’입니다.”
기술은 단순히 오광진 대표 혼자만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것은 아니다. 해당 설비를 제작하고 운영하는 컨베이어 설비 업체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3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완성됐다. 기술은 현장에서 시작됐고, 해답도 그 안에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산업 분야가 그러하듯 국내 LCD 산업 역시 여러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며 점차 위축되기 시작했다. 정부 지원과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 기업이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하면서, 국내 기업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생산 라인을 축소하거나 철수해야만 했다. 산업의 흐름이 바뀌자 오광진 대표는 이를 빠르게 감지하고 새로운 분야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오광진 대표는 전기자동차 산업이 머지않아 차세대 주력 산업으로 급부상할 것이라 내다봤다. 특히 전기자동차용 기계 부품 분야에서는 고전압 전력 제어, 높은 내구성, 그리고 미세한 이물질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밀성이 필수적이다. 이는 LCD 장비 개발을 통해 다져온 기존 기술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는 이러한 기술 기반 위에서 전기자동차용 기계 부품에 필요한 핵심 부품인 ‘파워모듈’, ‘DC릴레이’, ‘차단기’ 등을 개발했다.
“파워모듈은 외부에서 공급되는 전기를 변환해 안정적으로 차량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DC릴레이는 작은 전기신호로 큰 전기 신호를 제어하는 장치입니다. 차단기는 과부하 또는 단락(누전)상태에서 회로를 안전하게 차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들 부품은 모두 높은 내구성과 안전성이 요구되는데, 기존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신뢰성 있게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신산이엔지는 자체 개발한 핵심 부품을 국내외 주요 충전기 제조사와 자동화 설비 업체에 공급하고 있으며, 그 기술력과 신뢰성을 현장에서 입증받고 있다.
기술을 넘어, 기능한국인으로 우뚝 서다
2024년 11월, 이러한 그의 노력 끝에 오광진 대표는 기능한국인 제213호로 선정됐다. 매달 ‘단 한 명’만 선정될 정도로 경쟁률도 치열하고 선정 조건도 까다롭다. 하지만 그는 한 번의 도전으로 그 영예를 안았다. 그동안 쌓아온 실력, 10건 이상의 특허, 다양한 기술 활동, 여기에 꾸준히 이어온 기부와 사회공헌 활동이 주효했다.
현재 그는 단순히 기업을 잘 운영한 CEO와 기능한국인으로만 머물고 싶지 않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후배들에게 되돌려주고 싶다. 기계공고 출신으로 출발해 설계·생산·유통·개발까지 전 과정을 꿰뚫는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년들이 기술 분야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지만, 오히려 지금 같은 시대엔 기술력이 있는 사람이 길게 갑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궁리하는 자세만 있다면 누구든 좋은 기술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단순히 좋아서 시작한 기계 분야 일이었지만 오광진 대표의 꿈은 훨씬 크고 넓다. 기술을 통해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은 물론,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안정적인 일터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사회에 이바지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싶다. 오광진 대표의 경영 철학은 ‘직원의 행복은 회사와 나라의 미래’다. 그의 경영 철학은 다음 기계 분야 기능한국인에게 자연스럽게 바톤을 넘기기 위해, 현장에서 조용히 구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