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해서 공부하고, 도전하는 어른의 품격
    2024년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 '이수자' 서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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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 학교에 도착해 예습을 한다.
수업이 끝난 이후에는 혼자, 때로는 학우들과 함께 배운 내용을 복습하기도 한다.
주말도 예외는 아니다.
벽돌만큼 두꺼운 책을 펼쳐 들고, 내일을 향한 기대를 양껏 품고 ‘산림기사’와 ‘식물보호기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를 한다.
한 번도 쉰 적 없이 꼬박 40년이라는 회사 생활을 마치고, ‘나무의사’라는 제3의 꿈을 향해 내딛고 있는 서근하 씨의 이야기다.
 

 

서근하 씨는 커다란 가방에 벽돌만큼 두꺼운 자격증 서적, 펜과 샤프가 담긴 필통 그리고 공업용 계산기를 넣어 들고 다닌다. 그 가방을 메고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해 왕복 3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통학한다. 자격증 시험을 준비할 때는, 그는 언제나 수업 한 시간 전인 8시에 학교에 도착해 공부를 한다.
 


낯설고 어려운 용어를 달달 외우기도 하고, 배운 내용을 까먹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복습하기도 한다. 그런 그를 보고 사람들은 “이만하면 됐지 않느냐”며 “이제는 좀 쉬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는 그런 이야기들을 애써 외면한다. 그에게는 이루고 싶은 제3의 꿈이 있기 때문이다. 퇴직 후에는 ODA 분야와 개인적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하게 이어가며 제2의 꿈을 이뤘다. 제3의 꿈은 80대, 90대에도 계속해서 일하며 120세 인생 속에서 평생 ‘지식공급자’로 자리하는 것이다.
 

 

2024년 그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을 통해 6개월간 교육·훈련 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뒤 ‘조경산업기사’를 취득했다. 그리고 지금, 그는 이를 발판 삼아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나무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해 9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에 입학했다. 경영학도였던 그는 40년 동안 나무는커녕 기술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했다. 그런 그가 정년퇴직 후 평온한 노년 생활을 택하기보다 나무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데는, 삶에 대한 그의 지고한 철학 때문이다.



그는 과거를 되돌아보는 일은 성장을 멈추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발걸음을 주저하게 만들 것이라 생각했다. 40년간 걸어온 직업과 직급을 되돌아보지 않고, 나무의사를 제3의 꿈으로 택한 이유다. 남들은 그가 어렵고 힘든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구태여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하고 있는 서근하 씨는 지금의 과정이 ‘장수의 축복’이 되리라 굳게 믿는다. 올해로 64세, 퇴직한 이후에도 제2의 삶은 계속되고 제3의 도전은 끝이 없음을 서근하 씨가 증명하고 있었다.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을 수료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퇴직 이후 평생할 수 있는 일을 꿈꾸던 중에, HRD-Net 사이트에서 ‘과정평가형 조경산업기사 자격취득 과정’을 알게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학교를 다닌다면 2년 이상 걸리는 과정이지만, 과정평가는 6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수료하는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조경 설계 과정에서 ‘캐드(CAD)’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했는데, 처음 접하는 컴퓨터 프로그램과 생소한 전문 용어들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학우들에게 물어보며 하나씩 배워나갔습니다. 특히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이와 관련한 업무를 해왔던 제게, 조경 분야의 용어들은 무척 낯설었어요. 그래서 학우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함께 공부하며 어려움을 극복했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 강의실에 남아 어려운 단어들을 함께 외우기도 하고, 발표하는 형식으로 배운 내용을 설명하면서, 수업 내용을 까먹지 않기 위해 노력했죠. 그리고 나무 이름을 하나하나 익히기 위해 수목원을 찾아가 직접 식물을 관찰하기도 했고, 일본 대마도로 해외선진지 조경 탐방을 하기도 했어요. 만약 함께한 학우들이 없었다면 이 모든 과정이 훨씬 더 어려웠을 겁니다. 그들과 함께한 시간 덕분에 힘들기는 했지만, 배움의 과정이 더욱 의미 있었습니다.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을 수료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무엇이었나요?

무엇보다 ‘몰입’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몰입을 하다 보니 잡념이 없어지고, 자연스럽게 집중력이 향상됐어요. 매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면서 효율적인 학습을 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큰 만족감을 느꼈어요. 이러한 몰입 경험이 제 자신을 더 성장하게 만든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조경산업기사 취득에서 멈추지 않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3학년으로 편입했습니다.

나무의사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자격증인 산림기사와 식물보호기사를 취득하고자 입학했습니다. 나무의사 시험에 응시하려면 관련 양성 교육을 반드시 수료해야 하는데, 과정평가형 자격 취득이 학사 과정으로 인정되어 3학년으로 편입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 필요한 자격을 모두 갖춘 뒤, 나무의사가 되어 배운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바람입니다.

 

제2의 인생과 더불어, 제3의 멀티한 융합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려요.

퇴직한 이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재무적인 ‘안정’, ‘건강’, 그리고 ‘정신력’입니다. 이 중에서 정신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정신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꾸준히 도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저처럼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한국방송통신대학교와 같은 곳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과정은 정신적으로 더욱 단단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그런 도전 속에서 삶의 활력도 찾았고 저 자신을 이끌어 가는 힘을 얻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장수의 축복’도 찾아오지 않을까요.

업데이트 2025-02-2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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