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정지윤
끈질긴 도전의 결실
강태석 선수의 본격적인 올림픽 준비는 고등학교 졸업 후부터 시작되었다. 은사님을 따라 내려간 광주광역시. 그곳에서 그는 좁은 방에서 지내며, 하루에 12시간 이상 오로지 의상디자인 연습에 매달렸다. 부모님도 친구도 없는 외딴 지역에 홀로 내려와,꿈만 보고 달렸던 시간. 지금 돌이켜보면 값진 날들이었지만, 당시 그는 지독한 외로움으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광주에서 의상디자인 연습에 매진하며 보낸 2년의 시간. 그 후, 피나는 노력 끝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전국대회를 출전했다. 결과는 금메달이었다.
쉽게 얻은 결과가 아니었다. MBTI가 완전히 뒤바뀔 만큼 선천적으로 가진 습관과 성격을 뒤바꿨다. 작은 실수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았다. 실수에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자신의 모습이 싫어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잦은 실수는 줄어들었고,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패턴을 설계하고 옷을 만들 수 있게 됐다.
“21살 때 전국대회에 나가서 금메달을 땄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때 금메달을 따게 된 자신감이 저를 올림픽까지 나갈 수 있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때 배웠던 끈기와 열정이 지금까지도 제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올림픽, 내 능력을 믿고 나 자신에게만 몰두했던 시간
국가대표가 된 후로는 한국산업인력공단 글로벌 숙련기술진흥원에 들어가 1년 동안 집중 훈련을 진행했다. 하루의 일과는 매일 똑같았다. 아침 8시에 일어나 밤 11시까지 작업실에서 연습하고, 방에 들어가 새벽 2시까지 디자인 스케치를 그렸다. 그래도 힘들지 않았다.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이 있었고, 올림픽 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눈앞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오로지 연습만 했어요.
나 자신에게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무작정 옷을 만드는 연습을 했다면 올림픽을 준비하면서부터는 제가 했던 작업을 기록하며, 체계적으로 작업 시간을 줄여가는 연습을 했어요. 그렇게 올림픽 과제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훈련한 것 같아요.”
약 4일간 진행된 프랑스 리옹 국제기능올림픽. 강태석 선수는 셋째 날부터 자신이 금메달을 따겠다고 직감했다.
“대만, 중국 등 경쟁 국가의 마네킹이 쫙 나열되기 시작했는데, 제가 봐도 제가 가장 옷을 잘 만든 것 같더라고요. 셋째 날에는 대만 통역사가 와서 한국 국가대표 정말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고 가셨어요. 그때부터 왠지 금메달을 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자신감을 안고 또다시 들어선 시작의 길
결과는 예상대로 국제기능올림픽 금메달. 드레이핑, 패턴메이킹, 디자인스케치, 컨스트럭션 등 총 4개의 과제에서 모두 월등한 점수를 획득하며 당당히 세계 1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금메달이 확정되고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어요. 한국 시간으로 새벽 3시 정도였는데, 바로 받으시더라고요. 금메달 소식을 들으시고는 정말 많이 기뻐하셨어요.”
“제가 선택한 길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묵묵히 응원해 주셨던 부모님이 있었기에 제가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강태석 선수는 현재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실기에는 자신 있지만 이론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앞으로는 의상디자인과 관련된 다양한 이론 공부를 해나갈 예정이다.
“저와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을 가르치고 싶어요. 열심히 하면 이뤄내지 못할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경험했던 긍지와 열정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그리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제가 딴 금메달이 부끄러워지지 않도록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죠.”
국제 기능올림픽 금메달이 준 것은 자신감이라고 말하는 강태석 선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나 자신을 믿고 끈질기게 도전했던 시간이 강태석 선수의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