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노사회의 도래, 파편화의 시대에서 보편적 가치를 찾다
    나노사회의 명암과 주목해야 할 트렌드
  • 5419    

글 박소현 • 참고도서 「트렌드코리아2022」(김난도 외 지음, 미래의창)

 

인류의 역사와 궤를 함께해온 집단주의적인 사회는 산업화를 겪으며 점차 개인화되어 왔다.

코로나19는 구성원 간 간극을 더욱 좁히기 힘들게 만들었으며,

사람들은 ‘우리’보다 ‘나’에 한층 집중하기 시작했다.

공동체가 극소 단위로 파편화된 ‘나노사회’에 도래한 것이다.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 

솔플솔로 플레이은 더는 낯설고 어색한 일이 아니다. 혼밥과 혼술은 물론, 혼영까지 오롯이 본인의 취향을 반영한 소비문화가 사회에 깊이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이제 소속보다 본인의 선호를 중시하며 준거집단이 아닌 내면의 취향으로 ‘나’를 정의한다. MBTI와 같은 성격유형검사에 열광하는 모습도 자기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욕망에서 기인한 것이다.
 

‘나’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공동체의 모습도 분열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끈끈하게 뭉쳐진 큰 덩어리였다면, 이제는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파편화된 형태라 할 수 있겠다.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코리아2022>에서 이처럼 한국 사회가 극도로 미세한 단위로 분화되었다는 의미로 ‘나노사회Nano Society’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나노사회에서 개인으로 조각조각 흩어진 현대인들은 ‘나’에 몰두하다가, 인간관계를 형성하고자 할 때는 혈연이나 지연 중심이 아닌 공통된 취향을 가진 사람끼리 모인다. 해시태그 중심의 커뮤니티를 뜻하는 ‘태그니티tagnity’와 일맥상통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같은 취향과 견해로만 뭉친 집단은 반대되는 목소리를 접하기 힘들다. 안타깝게도 이는 결국 에코 체임버 효과echo chamber effect, 즉 확증 편향의 사고방식을 야기할 수 있다.
 

 

노동과 산업구조의 격변, 능력만이 살길

경제활동에도 각개전투의 전략이 필요해졌다. 나노사회의 개인은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 수입을 다변화·극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주식 투자 초보 ‘주린이’를 위한 유튜브 채널이 주목받고, 여러 개의 직업을 갖는 ‘N잡러’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평생 직업은 옛말이 됐다. 나노사회의 직장은 이익을 위해 일시적으로 머물렀다 떠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풍조는 개인이 스스로 노동가치를 올릴 수 있도록 능력 개발에 매진해야 할 근거가 됐다. 또한, 1인 노동이 확대되며, 디지털 플랫폼에서 단기 계약을 맺고 일하는 ‘긱 워커Gig worker’가 등장했다. 본업 외에 ‘배민커넥트’를 통해 배달아르바이트를 수행하거나 ‘크몽’에서 전문 분야를 활용한 단기 수익을 창출하는 이들도 모두 긱 워커라 칭할 수 있다. 유통과 생산의 구조에도 개인화의 영향이 미쳤다.
 

소비자의 취향like에서 출발한다는 의미의 ‘라이크커머스Like Commerce’가 대세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모델로 C2CCustomer to Customer·D2CDirect to Customer를 들 수 있다. 이는 모두 개인 간의 거래를 핵심으로 하며, 수요나 선호에 따라 제품을 생산·판매한다. 판매 주체는 인플루언서뿐만 아니라 기업의 자사 몰mall이 될 수도 있다. 소비자 취향을 잘 파악한다면 누구나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것이다.
 

 

초개인화와 나노사회의 미래

사용자 맞춤 음악을 추천하는 스포티파이Spotify 서비스의 메인 카피는 ‘나보다 날 더 잘 아는’이다. 이는 변화된 소비문화에 따라 최근 주목받는 ‘초개인화 기술’의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문구이기도 하다. 초개인화란 다변화된 대중의 관심사에 따라 기업이 AI·빅데이터 등의 ICT기술을 활용해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때때로 초개인화 기술은 우리를 알고리즘의 반향실에 가두기도 한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오히려 개인의 자발적 선택 과정이 줄어드는 것. 나노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했듯 개인화는 에코 체임버 효과를 낳거나, 사회적 동물로서 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우울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나노사회의 흐름을 거스를 수도 없는 지금, 현대인에게는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해답은 공감력과 능동성을 바탕으로 한 ‘휴머니즘’에 있다.
 

인기리에 상영 중인 <스파이더맨3>의 부제는 ‘Noway home’이다. 모두의 기억에서 지워진 피터 파커가 과연 진정한 그라고 볼 수 있을까?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는 나는 어디 자리로도 돌아갈 수 없는 No way 사람이 된다. 이는 나노사회에서 내가 중심이 되는 것만큼이나 ‘함께’의 가치를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업데이트 2022-02-02 15:20


이 섹션의 다른 기사
사보 다운로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