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안전공사의 남기문 부장은 국내 ‘발전설비 안전관리’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평생 하나 취득하기도 어려운 기술사 자격을 무려 다섯 개나 보유한 것 외에도 기사, 산업기사, 기능사 등 국가기술 자격증을 총 23개를 취득해 현장과 이론, 학문이 삼위일체를 이루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그 위상과 의미가 더욱 커진 자격증 이야기를 남기문 부장에게 들어 보았다
자격증, 기술인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다
남기문 부장은 ‘산업계의 의사’라고 불리는 ‘비파괴검사’의 1세대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인물이다. 비파괴검사가 없었던 시절, 처음으로 비파괴검사를 접하고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로 검사영역을 확장해가며 오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해 ‘기계’를 전공한 그가 비파괴검사를 처음 만난 건 고리원자력발전소가 만들어질 때였다.
“당시 방위산업체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고리원자력발전소가 한창 건설 중일 때였는데, 그때 우리나라에는 ‘비파괴검사’라는 분야가 없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었죠. 설계, 제작, 시공…. 그 어느 쪽도 아닌 만들어진 제품을 검사하는 과정이었으니까요.”
남기문 부장이 이 업종에 흥미를 느낀 건 마치 병원에서의 진단처럼 비파괴검사도 초음파, 방사선 등 6개 자격종목이 있고, 이것이 원자력 및 방위산업의 품질을 완벽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점에서였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어떠한 경우라도 안전사고가 있어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그걸 책임지는 검사를 담당하면서 책임감과 흥미를 동시에 가졌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격증 취득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 국가공인 자격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였던 것. 여기에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도 그에게 자격증을 따는 재미를 안겨주었다.
“자격증 취득으로 국방연구원으로 병역 특례를 받고, 수당도 더 줬어요. 종목만 겹치지 않으면 자격증을 취득할수록 총 급여 또한 높아졌고, 그 재미도 상당히 컸습니다. 실무에 필요한 자격 공부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지요.”
너무나 어려웠던 기술사 취득,
그러나 포기란 없다
남기문 부장의 한국전기안전공사입사는 1994년도에 이루어졌다.
“당시 한국전기안전공사 경남지역본부에 지원하기 전에 찾아가서 어떤 일을 하는지 물었더니 화력 및 원자력발전소 ‘법정검사’ 업무를 한다길래 바로 이직을 결심했죠. 왜냐하면, 비파괴검사 분야에서 ‘항공우주’와 ‘화력·원자력’ 분야는 최고로 뽑히는 분야였기 때문에, 저 또한 기술인으로서 비파괴검사와 관련 학문을 폭넓게 수행하고 싶다는 욕심을 가졌죠.”
전력계통검사처 과장 대리로 입사한 그는 화력·복합화력·원자력 등 발전소 사용전검사부터 발전설비 공사계획인가 기술검토 및 협회·학회 등 검사 기술기준, ISO, KS표준 등 전문위원으로 활동 및 학술대회에서 기술발표 등 폭넓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현장 경험을 쌓았고 이에 따라 자격증 레벨도 올라갔다.
‘기술사’는 기술인에게 최고 레벨의 자격증이다. 남기문 부장이 가진 기술사 자격증은 비파괴검사기술사, 용접기술사, 금속재료기술사, 금속가공기술사 그리고 올해 취득한 기계기술사 등 총 5종목이다. 응시자격 요건조차 까다로운 기술사를 무려 5개 취득하기까지 그가 어떤 시간을 보내왔을지는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첫 기술사 시험은 3년을 도전했습니다. 번번이 실패했어요. 너무 힘들어서 서울과학기술대 박은수 학사지도 교수님께 하소연을 했더니 기술사 취득에 앞서 석사학위부터 받으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뜻밖에도 석사학위를 위해 공부했던 시간들은 그에게 엄청난 약이 되었다. 늘 하던 업무나 단문의 보고서 틀에서 벗어나 강의를 듣고, 석사 논문을 쓰고 발표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술사의 서술형 시험에 대한 훈련을 한 것이다.
이 밖에도 남 부장은 자격 취득에 대한 가장 큰 ‘원동력’으로 기술인으로서의 개발을 꼽았다. 공사 김권중 기술이사의 조언 등 회사 조직에서 개인에게 이러한 역량과 책임의식을 강조해오고 있다.
“전기안전공사 직원들은 국가자격취득자로써 공적인 업무를 합니다. 산업계를 이끌어가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개인 역량을 키워야 하죠. 개인의 역량이 곧 산업 발전의 초석이 된다는 책임의식이 꼭 필요합니다.”
우리의 업무가 국가 산업을
이끈다
이러한 내공 덕일까. 남기문 부장의 검사는 까다롭고 빈틈없기로 유명하다. 특히 발전설비 해외 기자재 법정검사에서의 경우, 주목할 만한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평택복합화력 2단계 해외 기자재 사용전검사>에서 ‘미국 코벨코 사’가 제출한 필름은 모두 243매였는데, 이중 무려 35.8%인 87매가 허위제출, 필름 판독오류 등 부적합인 것을 법정검사를 통해 정확히 판정했다.
또한, ‘일본 히타치 사’가 <인천 영흥화력 증기터빈 공급 제작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적이 있으나, 미국 공인검사기관인 하드포드 등 일본에서 전문가 14명이 전기안전공사에 방문한 결과, 남기문 부장의 판정이 국내외 코드와 검사 기술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인정 받았다.
“국가기술자격증을 여러 개 취득한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발전설비 검사자는 금속재료, 금속가공, 용접, 기계 및 비파괴검사 등 여러 분야의 전문지식이 필요합니다. 즉, 전체 업무를 파악하려면 관련 분야 기술사 자격증을 다 취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 공사에서 멀티 검사자를 육성하는 이유입니다.”
혹자는 회사에서 업무는 하지 않고 자격증 공부만 하는 게 아니냐고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는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회사의 업무가 곧 기술사 공부라는 것이다.
“공부는 습관입니다. 주말이면 독서실에 가서 차분히 기술사 공부를 하고, 서브노트를 만들면서 회사 업무도 정리하죠. 서울 한강을 산책할 때도 이어폰으로 유튜브 강의와 음악을 듣습니다. 자격과 현장의 괴리를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기술인으로서 자격증은 반드시 가져야 하는 ‘무기’입니다. 모든 기술인들에게 평생 공부하는 데 도움되는 자격증을 취득하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남기문 부장은 인터뷰 말미에 공단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서울 공덕동에 위치했던 시절부터 다양한 자격증 관련 전문위원 및 NCS 검토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가급적 수험생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왔던 이야기이다.
앞으로도 기술사 자격증에 대한 꿈을 놓지 않은 채 신재생에너지 해상풍력과 연료전지 등 발전설비에 대한 국내 검사 기준을 제정 고시함으로써, 신재생에너지 발전 수급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힘쓰고자 한다는 남기문 부장. 그 말미에는 명장의 꿈 또한 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기술과 자격증은 바늘과 실처럼 결코 떨어질 수 없는 환상의 짝꿍임에 틀림없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