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사태 속에서 빛난 투명성의 가치
    조성두 서민금융진흥원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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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지구촌 전체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선진국·후진국을 막론하고 방역체계가 무너져 감염자 및 사망자가 폭증하고, 경제 위기가 뒤따르면서 실업자 수가 유례 없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백신 개발의 성공 등 유효한 타개책 마련은 요원한 가운데 각국 정부와 국민의 위기감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 정부도 코로나 대응에 노심초사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우리 국민은 다른 나라 국민과 견주어 당황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큰 두려움 없이 차분하게 일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리어 일부 국민은 이 와중에 우리의 코로나19 방역체계가 선진국 수준 이상이라는 것을 발견하고는 우리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새로운 선진국으로 부상할 가능성과 기대감에 고무되고, 경제회복도 다른 선진국보다 한발 앞서 나갈 것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어떻게 하여 우리에게 이러한 일이 가능했을까?

그것은 두말할 것 없이 올 1월 20일께부터 질병관리본부가 정은경 본부장을 중심으로 용의주도하게 방역대책을 펼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지도자들이 이를 과감하게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데다 정부의 이러한 대응 노력에 신뢰감을 가진 국민이 정부의 각종 지침을 흔연히 따르고 협조해 준 결과, 우리의 방역대책이 독보적인 실적을 내며 성공한 데 기인한다. 게다가 WHO나 선진국 지도자들로부터 우리 방역체계가 세계적 표준이자 모범 모델로까지 높이 평가되면서 정부에 의해 국민 모두의 안전과 건강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안도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방역체계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인식되면서 그 요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우리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큰 관심을 두는 것 같다. 해외문화홍보원이 올 1월 20일부터 4월 28일까지 한국 관련 외신 기사 8,610건 중에서 코로나19 방역을 다룬 5,589개 기사(총 42개국 436개 매체에 게재)를 분석한 결과 해외 언론들은 우리 방역체계의 주요 성공요인으로 ‘투명성, 열린 소통, 민관협력’을 꼽고, 지도력(리더십)과 시민정신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주목하였다고 한다.

이 요인의 기여 비중을 따져보면 단연 투명성에 무게중심이 실린다. 그동안의 대처 과정을 보면, 질병관리본부는 창의적인 검사방식을 동원하여 빠른 속도로 얻은 결과를 가감 없이 투명하게 하루에 두 번씩 국민에게 브리핑하면서 국민과의 적극적이고 열린 소통을 했고, 이런 과정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얻은 신뢰의 바탕 위에서 높은 수준의 민관협력을 형성하여 우리 방역체계의 성공을 이뤄냈다. 그러니 투명성은 열린 소통과 민관협력으로 이어지는 밑바탕의 가치였다고 할 수 있다. 투명 가치의 이러한 중요한 역할은 세계 지도자들의 주장에서도 확인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관련 공공기관이 코로나 사태에 투명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공공기관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낮아질 위험이 있으며, 이는 방역의 실패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했으며, 캘리 크래프트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안보리 회의에서 “정부의 투명성과 정보 공유가 없이는 각 나라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에 실패하기 쉽고, 코로나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적 연대와 단결도 이룰 수 없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코로나19 방역대책의 성공은 투명 가치와 열린 소통 가치의 중요성과 역할을 깨닫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한편, 투명성과 열린 소통의 정신과는 정반대로 진행된 세월호 사고의 수습과정은 투명성과 열린 소통의 중요성을 역으로 알려주는 반면교사가 되고 있음도 분명하다.

아직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의 완전한 통제 범위 안으로 들어와 있지 않다. 미래는 더욱 불확실하다. 하지만 우리가 이번 코로나19 대응에서 알 수 있었듯이 정부가 국민에 대해 투명의 의무, 소통의 의무를 잊지 않고 코로나19 대응 행정을 펼쳐 나간다면 언젠가 코로나19는 우리 통제 범위 내로 들어와 진정되고 말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해본다.
 

업데이트 2020-06-30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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