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의 청렴이 사회적 자본이 되기까지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서 원 숙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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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나 남을 신뢰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자본을 주제로 KBS 특별기획에서 서울, 뉴욕, 도쿄, 베이징, 파리, 헬싱키에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여기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돈 만 원을 빌려달라는 낯선 남자가 있다. 연락처를 주면 바로 갚아주겠다고 한다.

당신은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6개 도시에서 각각 3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실험이 시작됐다. 실험결과 뉴욕 9명, 파리 7명에 이어 서울은 6명으로 세 번째로 돈을 잘 빌려주었다. 사회적 자본의 대표적인 요소인 신뢰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는데 이 실험만으로 보면 3위라고는 하나 우리나라는 사람들 사이의 신뢰가 그다지 높은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럼 사회적 자본은 무엇이며 또 어떻게 높일 수 있는 것일까?

사회적 자본이란 물질 자본, 인적 자본과는 다르게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즉, 신뢰, 소통, 규범, 협력 등 비공식적인 가치들을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사회적 자본은 다함께 더불어 잘 살기 위한 저축과도 같은 개념으로 공공재로서의 의미가 있다. 구세군 냄비에 성의껏 돈을 내거나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성금을 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나와 잘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행동은 혹시 자신이 그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역지사지의 마음이다. 타인을 위한 마음이 결국은 나를 위한 저축과도 같다는 것임을 알고 그런 가치가 밑바탕이 되어서 의심 없이 돈을 빌려주고 자신의 정성을 보태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적 자본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에 기여하고 이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사회적 자본을 한 사회가 신뢰하고 소통하여 협력하는 사회적 역량으로 볼 때, 이 사회적 역량에 청렴의 가치를 포함시키고자 한다. 청렴은 개인뿐 아니라 기업이나 조직에게도 상생하는 기본 요소로 작용될 수 있다. 기업에서의 청렴이 중요한 이유는 기업이 단순한 경제적 조직이 아니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의 구성조직으로서 역할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청렴을 말할 때 중요한 포인트는 남을 위한 청렴이 아닌 나를 위한 청렴을 실천하는 것이다. 여기서 남을 위한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겉모습을 의미한다. 누군가 보지 않아도 규칙과 규범은 지켜져야 한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섭섭해 하지 않고 내 마음의 청렴에 대한 신념을 따라서 행동하고 떳떳해져야 한다. 예로부터 우리는 부모님과 어른들로부터 정직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고 정직한 생활을 당연하게 여겼다. 정직은 청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가치 중 하나이다. 하지만 산업사회가 본격화되면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겨야 하고 이기기 위해서는 정직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직은 우리 모두를 위해서 필요한 가치이다.

사회적 자본 및 역량의 주체이며 기본 단위로 볼 수 있는 각각의 개인이 누가 보지 않아도 규칙을 지키고 청렴을 실천한다면 그 실천이 다른 실천으로 연결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되어 탄탄한 사회적 자본을 쌓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자본이 되는 것은 갑자기 큰 가치들이 만나서 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작은 가치가 서로의 가치와 만나서 소통하고 신뢰를 형성하고 그것이 자본이라는 이름을 얻기까지는 나로부터 실천하는 청렴정신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흔히 작은 것은 대충 여기고 큰 것에만 신경을 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 기초가 튼튼해야 큰일도 이루어지는 법이다. 우리 사회를 움직이게 하는 힘의 근원도 개인의 의식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청렴의 힘이 사회적 자본이 되고 그것이 우리 사회를 투명하고 밝게 살아가게 하는 것임을,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은 나의 소소한 청렴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임을 잊지 말자. 

업데이트 2020-01-05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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