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트워크는 어떻게 투명사회를 만드는가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한유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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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강원랜드로부터 촉발된 채용비리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공공기관에 대해 전수조사를 할 정도로 채용비리는 공정성을 침해하는 큰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었지만,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에 대한 인식은 지금과 같지는 않았다.

낙하산이라는 말로 수군거리거나 가십으로 여겨지기는 했지만, 어떤 이에게는 소위 ‘빽’이 있어 입사할 수 있다는 것이 자랑이기도 하였고,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이기도 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니 아무렇지 않게 “돈도 실력이야. 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도 나올 수 있었던 거다.

‘갑질’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몇 년간 권위를 내세우며 자행하는 비이성적인 행위들이 언론에 공개되며 갑질 근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졌다. 많은 공공기관이 올해 핵심과제로 갑질 근절을 꼽고 있으며, 오는 7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갑질은 갑자기 발생한 행위가 아니라 약자를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생각과 행동들이 은밀하게 축적되다가 그저 이제야 공론화가 된 것뿐이다. 불공정과 잘못된 특권을 공공연히 허락했던 시대에서 별 문제가 되지 않던 행동이 갑자기 오늘날에는 ‘비리’로 변해버렸으니, 어쩌면 채용 비리에 연루된 이들이나 갑질의 가해자는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근래 들어 왜 이런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공론화된 것일까? 공정이나 인권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강해졌고, 정확하게는 사회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러미 하이먼즈는 최근 본인의 저서인 「New Power」에서 수직적인 조직이 가지던 권력이 수평적인 네트워크로 이동한다고 이야기했다.
 


기존의 거대 기획사와 자본이 아닌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계 팬들과 소통한 BTS의 사례를 들며,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로 흩어져있던 사람들이 참여자가 되면서 이전과 다른 형태의 지도력과 조직화가 등장하는 동시에 새로운 행동과 문화를 형성한다고 했다.

수직적인 조직일수록 채용 비리나 갑질 등 권위에 의한 불공정하고 부당한 일이 발생하기 쉽지만, 여기에 대한 문제 제기나 개선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반면에, 수평적인 조직은 구성원이 참여하고 개방되어 있으므로 전자와 반대로 작용한다.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미투 운동이나 대한항공 마스크집회, 소액주주운동 등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문제를 공개하고 이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연대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회구성원의 수평적인 연대가 사람들의 참여를 불러일으키고 힘을 만든 것이다. 이러한 현상과 영향력은 기술의 발달에 따라 더 빠르고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우리가 속해있는 조직은 어떨까? 여전히 수직적, 권위적인 조직이 주를 이루는 것은 사실이나, 집단과 조직을 중시하던 이전의 가치관은 새로운 세대의 유입과 위와 같은 사회의 변화 흐름에 따라 이전에 비해 빠른 속도로 수평적, 탈권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개, 개방, 참여의 키워드는 개개인의 이익보다 공동의 이익을 중시하고, 공정함에 대한 요구로 확장된다. 자연스레 사회는 투명사회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전에는 개인의 양심에 기대어 정직하고 공정할 것을 요구하였다면, 이제는 정직하고 공정해야만 하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회는 점차 덜 독점적이고 더 투명한 사회로 나아갈 것이다. 기존의 구조에서 안일하게 머물러 사회가 변화하는 흐름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채용비리나 갑질처럼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던 행동들이 한순간 ‘비리’라는 이름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열흘 붉은 꽃은 없다’고 했다. 권력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말이지만, 아무리 강해 보이는 것이라도 시간의 흐름은 이길 수 없다는 말이다. 우리는 순간이 아니라 역사 속에 살고 있다는 걸 기억하며 사회의 흐름을 읽어내고 그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업데이트 2019-07-2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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