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HRD와 함께 청렴韓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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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내 행위가 신문, 방송이나 SNS에 공개되더라도, 비난받지 않고 공격을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를 검증해보고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비밀 또한 없습니다.”

과거 공기업에 관리직 단장으로 있을 때 주무 팀장으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얘기이다. 비슷한 내용을 가지고 2년 임기 내내 약간씩 사례를 바꾸면서 끊임없이 주입식으로 교육을 해 주었다. 그 팀장이 조직에서 업무능력이 뛰어나다고는 들었지만, ‘좀 과하게 반대의견을 많이 내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하지만 임기가 끝난 후 생각해보면 정말 고마운 공기업 팀장이다.

‘어쩌다 공무원’이라는 ‘어공’처럼, 어쩌다 2년 임기로 공기업에 관리직으로 온 상사가 사고치지 말고 무사히 임기를 마치기를 바라는 좋은 마음으로 ‘늘공(늘 공기업인)’으로서 계속 고언(苦言)해 준 것이다.
 


직원으로서 자신의 인사권한을 가지고 있는 임원에게 “노(No)”라고 말하기는 정말 어렵다. 임원에게 No라고 말하는 팀장, 실장은 정말 용기 있는 직원이다. 그 실장 덕분에 임기동안 조직을 혁신하고, 기재부 평가도 잘 받고 무사히 임기를 마칠 수 있었다. 당시 정원에 없던 일반계약직 직원 30명 쿼터를 받아 채용을 진행하는 중요한 과제가 있었다.

6개월 동안 준비하여 정원을 확보하고 채용시점이 되었는데, 그 시점부터 단장은 개입하면 안 된다는 말을 주무 팀장으로부터 들었다. 면접관으로도 절대 들어오지 말라는 것이었다. 또한 기관의 특성상 물건을 납품받는 일이 많았는데 업체 대표는 절대 만나지도 말라고 하여, 2년 동안 업체대표의 명함조차 받아본 일이 없었다.

원칙대로 일하는 그 팀장의 공기업 생활에도 풍파가 많았다고 들었다. 혁신적인 업무를 추진할 때에는 중용이 되다가, 사적인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임원을 만나면 고초를 겪었었다. 필자가 있던 조직에 오기 직전에는, 임원의 요구에 대하여 규정에 따라 안 되는 것을 안 된다고 했다가 무보직으로 좌천되어 1년을 보냈다고 한다.

그렇게 업무 역량이 뛰어나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팀장을 좌천시킨 임원의 결정이 당시에 이해하기 어려웠다. 저런 팀장들을 여러 명 두고 일을 하면 조직의 성과가 높아지고 조직이 지속 발전할 수 있는데…….

필자가 퇴임하고 그 팀장을 좌천시켰던 임원도 퇴임한 후 2년 정도가 흐른후 그 임원이 구속 수감되고, 규정을 철저하게 지키지 못했던 여러 직원들이 구속되고 직원도 한 명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가장이기도 한 직원들의 구속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공기업 채용비리 뉴스를 보면서, 면접장에도 들어오지 말라던 그 팀장의 깊은 뜻에 고마울 따름이다.

20년 전 투명사회운동본부 금요토론회를 떠올려 본다. 우리 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없애고 정직하고 맑은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당시의 열정, 「부정청탁금지법」을 준비하면서 밥값은 항상 같이 내서 충당하던 그때가 그립다. 20년 동안 투명사회운동본부에서의 활동과 소액기부가 고비에서 나를 지켜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비밀 또한 없다. 공기업에서 규정을 잘 지키고 임원의 잘못된 지시에는 No라고 할 수 있는 원칙 있는 직원들과 이런 직원들을 승진시키는 공기업 임원이 함께하는 공기업의 조직문화를 기대해본다. 규정과 원칙을 지키지 않은 의사결정은 언젠가는 문제가 된다. 지금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업데이트 2019-04-3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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