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숙련기술인의 축제인 ‘2018 제53회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지난 10월 5일부터 12일까지 전라남도 여수를 중심으로 순천, 목포, 광양, 나주 등 5개 지역의 경기장 6곳에서 열렸다.
50개 직종 17개 시도 대표선수 1,845명이 참가해 열띤 기술 경쟁을 펼친 제53회 전국기능경기대회의 순간을 전한다.
글_김민정 사진_차유진
구슬땀 흘리며 다진 기술,
전남에서 짜릿한 승부를 펼치다
제53회 전국기능경기대회의 개막식이 열린 지난 10월 5일, 전라남도의 하늘은 짙은 먹구름으로 가득했지만, 경기를 하루 앞둔 예비숙련기술인들의 눈빛에는 영롱함만이 가득했다. 여수 EXPO홀에서 개최된 이번 개막식은 전남도립국악단의 흥겨운 사물놀이로 문을 열었다. 시선을 한 데 집중시키는 난타 소리에 하나둘씩 발걸음을 재촉하고 , 오후 7시 정각이 되자 EXPO홀은 17개 시도 선수단 및 지도교사를 비롯한 전국기능경기대회 관계자들로 가득 찼다.
전남에서 약 16년 만에 개최된 이번 전국기능경기대회에는 50개 직종, 1,845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소속기관 및 개인의 명예를 걸고 출전한 만큼 선수단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다부졌다. 한편, 선수단에는 11명의 외국인 선수도 포함되었다. 우리나라 선수단에 이어 외국인 선수단이 무대에 등장하자 관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 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모두가 국경을 뛰어넘어 기술로 하나 되는 모습이었다.
뒤이어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다룬 VR공연, 개회 선포 LED 점화 등 한층 더 강화된 기술력을 강조한 무대도 이어졌다. 대회의 주목적인 기술이 우대받는 사회에 대해 되짚는 순간이었다. 주요 행사가 마무리된 개막식 후반부에는 나인뮤지스, 다이아 등 걸그룹의 축하 공연으로 참가자들의 긴장감이 한층 누그러지기도 했다.
개회식에 참석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숙련기술인들의 땀과 노력이 정당한 대우를 받는 사회를 만들고, 숙련기술인들의 기술이 산업 현장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회장을 맡은 김동만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또한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젊은 기능인들이 우수 숙련기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 대한민국이 실력중심사회로 나가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모두에게 열린 경기대회,
기술로 하나 되는 우리!
이번 대회는 전라남도 여수를 중심으로 순천, 목포, 광양, 나주 등 5개 지역의 경기장 6곳에서 진행되었다. 선수들은 메카트로닉스·자동차차체수리·산업용로봇·냉동기술·정보기술·용접·제과제빵·의상디자인·석공예 등 총 50개 직종에서 기량을 겨뤘다.
기가 시작되자, 선수들은 1분, 1초를 놓칠세라 과제에 몰입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흔들리지 않는 의연한 모습과, 특정 과제에서 실수가 있었더라도 자신을 다독여가며 다음 과제를 준비하는 모습에서 예비 숙련기술인의 면모를 읽을 수 있었다. 또, 경기장 밖을 맴돌며 “아들, 네가 가진만큼만 해라!”하고 아들을 응원하는 아버지의 목소리에서는 진한 감동이 전해지기도 했다.
전국기능경기대회의 의미를 한층 더한 참가자도 있었다. 다문화 가정 출신인 이종명․이종형 형제는 CNC밀링직종과 공업전자기기 직종에 각각 도전했고, 동력제어 직종 유환수 군(19세)과 통신망분배기술 직종 방정헌 군(19세)은 지난 제52회 전국기능경기대회 은메달리스트인 형을 둔 동생들로, 2019년 러시아 카잔 국제기능올 림픽대회 국가대표 선발평가전을 두고 형들과 맞붙기 위해 메달 획득에 전력을 쏟았다. 또, 가구 직종의 김세현(20세) 씨는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열린 전국대회의 목공예 직종 금메달리스트로 국제대회에 도전하기 위해 이번 대회에 직종을 바꿔 참가하기도 했다.
모두 기술을 향한 뜨거운 열정이 빛난 순간이었다. 한편, 이번 대회는 경기장 투어 프로그램, 취업박람회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통해 ‘진로 체험의 장’으로 확대 운영되기도 했다. 전체 참가자는 대회관계자·교사·학부모 등을 포함하면 1만 3,000여 명, 경기를 참관한 시민·학생들까지 합치면 2만여 명에 달했다. 그중 청년직업진로체험 프로그램에만 20여 개 학교에서 약 4,400여 명이 참가했다. 해마다 월요일에 개막해 다음 월요일에 폐막했던 대회 일정을 올해는 금요일 개막, 금요일 폐막으로 바꾼 덕분에 이처럼 지역민과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았다.
더 큰 무대를 향해,
기술을 쏘아 올리다!
‘내 삶이 바뀌는 으뜸 기술’을 슬로건으로 개최된 제53회 전국기능경기대회는 대회 일정을 모두 무사히 마치고 12일 폐막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 종합우승은 금메달 6개, 은메달 16개, 동메달 10개로 종합점수 1,712점을 획득한 경상북도가 차지했다. 전국기능경기대회가 개최된 이래 최초로 종합우승을 차지해 더욱 의미가 컸다. 다음으로 국무총리배는 경기도가, 3위에게 수여하는 고용노동부장관배는 대구광역시가 받았다.
개인으로는 부산광역시 대표로 출전한 산업용로봇 직종 경남공업고등학교 강익훈 선수가 대통령상을 받았다.강익훈 선수는 사흘간 주어진 3개의 과제를 풀어 100점 만점에 94점을 받았다. 강 선수는 “로봇이 보물 4개를 모두 찾아서 들어왔던 출입구로 다시 나가도록 하는 과제였다”며 “알고리즘(문제 해결 절차·방법을 제시한 명령어 집합)을 짜고 로봇을 원하는 코스로 이동시키느라 고심했는데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농업기계정비 직종에 경상북도 대표로 출전한 한국생명과학고등학교 서경진 학생이 직종별 1위 입상자 중 차상위 득점자로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이밖에도 자동차차체수리 직종에 경상북도 대표로 출전한 신라공업고등학교 최자헌(20세) 선수는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특성화 고등학교로 전학해 출전한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대회 직종별 금·은메달리스트는 지난해 대회 직종별 금·은메달리스트와 함께 올해 말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르게 된다. 최종 선발된 직종별 1명은 내년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제45회 국제기능올림픽에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한다.
한편, 2019년 제54회 전국기능경기대회는 부산광역시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2천여 명의 예비 숙련기술인들이 또 어떤 직종에서 새로운 기술력으로 실력중심사회를 이끌어갈지, 새로운 동력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