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했던 여름을 지나 다가온 결실의 계절, 가을.
높고 푸른 하늘과 선선해진 바람이 창문을 넘어오지만, 2018년도 전국기능경기대회를 준비 중인 학생들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자신의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가는 학생들과 그 꿈을 응원하며 동행하는 교사의 하루를 담았다.
글_김수연 사진_차유진
교정 가득 싱그러운 공기가 모여든다
AM 08:10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로 하루를 열어볼까. 책상 앞에 앉은 최대성 교사의 머릿속은 조례에서 아이들과 함께 나눌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스물일곱 새내기 선생님은 오늘도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자고 다짐한다. 담임을 맡은 반의 아이들 24명과 기능반 아이들 8명 모두 소중한 제자들이다.
“올 3월에 교사로서의 첫발을 내디뎠지만, 실은 대학교 3학년 때 이곳에서 강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후 교생실습도 이곳에서 했죠. 참 인연이 묘하고도 재밌는 것 같아요.”
그가 교실로 향하는 동안 복도를 뛰던 아이들이 하나둘 다가와 인사를 한다. 그럴 때마다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그의 모습에서 새내기 교사의 초심이 느껴진다. 교사를 꿈꾸던 시절, 다짐했던 푸르른 에너지가 여전히 가득하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건 소중한 일이라는 걸 늘 되새긴다는 그.
“저에게도 초등학교 담임선생님, 고등학교 기능반 지도 선생님 등 제 인생에 큰 버팀목이 되어주신 분들이 계셨으니까요. 감사하게도, 지금도 저의 성장을 응원해주십니다. 저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스승들의 가르침을 아이들에게도 물려주고 싶은 마음. 먼 훗날 그를 ‘의논할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고 찾아온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7교시 종료되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기능반 수업
PM 04:30
수업이 있는 시간 이외에는 대부분 기능반 아이들과 함께하지만, 7교시 종료 이후에는 더욱 심도 있게 기능반 지도교사의 역할에 몰두한다. 자신이 기능경기대회 선수 출신이기에 아이들에 대한 마음이 각별할 수밖에 없다.
한편, 이번 전국기능경기대회에는 기능반 8명 중 정현진, 이건우, 김진수 군이 ‘IT네트워크시스템’ 직종에 도전한다. 지난 지방기능경기대회 수상 이후 이른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주말 없이 대회 준비에만 몰두 중이라는 이들. 각종 기초과제를 풀고 분석함은 물론 다른 학교로 전지훈련을 다녀오는 등 다방면으로 훈련 경험을 쌓고 있다.
“계룡디지텍고등학교는 공업전자기기와 전자기기 직종에서 강세를 보이는 학교예요. 줄곧 메달을 수상해왔죠. IT네트워크시스템 직종은 본래 컴퓨터정보통신에서 명칭이 변경됐습니다. 2017년부터 제가 지도하고 있는데, 학교측의 배려로 필요한 장비도 사고 우리만의 노하우를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경험을 주고자, 그는 다른 종목 지도교사들과 수시로 회의를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 그러나 대회를 준비한다는 건, 하나의 정해진 레이스를 뛰는 일. 전국기능경대회에서 수상하고, 카잔에서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까지 나간다면 좋겠지만, 지금 그가 집중하고자 하는 것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는 것’에 있다. 결과를 욕심내기에 앞서 과정의 소중함을 배우는 것, 그것은 그의 소신이기도 하다.
“기술이란, 하면 할수록 더 어렵게 느낄 만큼 쉽지 않은 길이에요. 그렇지만,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끝없이 문제를 풀고, 계속해서 실력을 쌓아가는 것 말고는.”
문제가 막혔을 때 기꺼이 다가가 도움을 주고,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기도 하면서 아이들이 다시금 생기와 의욕을 되찾을 때, 그는 속으로 혼자 웃는다. ‘그래,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할 수 있거든! 나도 그렇게 했었단다.’
밤 깊도록 꺼지지 않는 불빛, 내일의 빅스타를 꿈꾸는 아이들
PM 07:00
온종일 기능반 교실에서 공부와 씨름했지만, 교사와 아이들 모두 이제부터가 집중적으로 대회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IT네트워크시스템 관련 기본자료와 개별과제를 받고 나면 아이들 사이 한동안 적막이 흐른다. 각자의 방식으로 과제를 풀고 나면, 솔루션에 대한 개별지도가 이어진다.
왜, 어디서 막혔는가를 학생 스스로 찾게 하고, 함께 해결방법을 찾는 식이다. 벌써 7개월째, 늦은 시간까지 함께 고민하며 실력을 쌓아오다 보니 누구보다 친밀한 이들. 때론 게임을 하듯, ‘자체경기’를 하기도 한다.
“서버를 구축하는 과제를 내고, 속도와 정확성을 대결합니다. 어려운 공부지만, 그 안에서도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아이들이 한 팀을 이뤄 교사와 대결하는 광경은 즐겁기만 하다. 당연하지만 아직은 교사가 승! 그렇다고 해도, 간식을 사는 사람은 언제나 교사다. 아이들과 대회를 준비하며 있었던 일들을 전해주는 그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대성’이라는 이름을 따서 ‘빅스타’로 불리는 그는, 그를 이어 더 크고 밝게 빛나게 될 새로운 별들을 키워내는 이 시간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