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절은 때로 신의 축복과도 같다
    2017 국가자격취득자 수기공모전 국가전문자격 분야 동상 수상자 김민지(경희대학교 창업보육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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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어느 날, 정오에 눈을 뜨니 햇살은 밝았지만 내 마음은 무거웠다. SNS를 보면 친구들은 기업에 입사해 대리 직함을 달고 해외여행을 다니거나 결혼 준비를 하느라 바빴다. 친구들 마음 속 보석은 빛을 발하는데 내 마음에 있는 건 돌덩이 같았다.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대학에 들어갔고 대외활동이나 공모전에서 상도 많이 받는 등 열심히 살았지만 어디서부턴가 잘못됐다.

5년 동안 짝사랑하던 사람에게 거절당하고 자존감이 바닥을 칠 무렵, 공모전 준비과정에서 네티즌들로부터 악플 세례를 받았다. 그렇게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얻었고 대학 졸업반이었지만 취업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1년을 허비한 후 작은 출판사에 들어갔지만 우울증과 자기혐오를 극복하지 못해 업무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출판사에서도, 이어 들어간 다른 회사에서도 나와야 했고 나이도 경력도 애매해 재취업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다시 일어서고 싶어 블로그에 글 쓰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지난 마음의 응어리를 글로 풀어내며 마음이 편안해졌다.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해가던 어느 날 어머니로부터 “넌 아무래도 인생을 잘못 산 것 같다. 진작 공무원 시험 준비라도 하지 그랬니”라는 말을 들으니 마지막 끈마저 잃은 듯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괴롭던 그때가 인생의 궤도가 달라지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이 일이 있기 전날 밤, 아르바이트를 하며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하자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고 싶었다. 특히 경영이나 경제 관련 공부를 하면 취업 범위도 넓어질 듯했다. 이왕이면 공인된 자격증을 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경영지도사 자격증을 알게 됐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접한 도산 위기에 처한 기업을 멋지게 살리는 인물들이 떠올랐다. 어렸을때 막연하게 동경해오던 일이었다.

경영지도사 시험 1차는 객관식 전형이다. 중소기업관련법령, 기업진단론, 경영학, 회계원리, 조사방법론, 영어 등 총 6과목을 독학으로 공부했다. 공부가 힘들 때면 드라마에서 봤던 유능한 여주인공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다른 과목은 합격 기준인 평균 60점 안에 수월하게 들었지만 중소기업관련법령이 자꾸 내발목을 잡았다. 1차 시험 전까지 과락 이하의 점수가 나왔다. 그래도 책을 먹을 기세로 법령을 머리에 넣으려 애썼다.

그리고 시험 당일, 다행히 6과목 전체 평균이 60점을 넘겨 1차 합격권에 들었다. 패배의식으로 가득했던 나는 몇 년 만에 성취감을 느꼈다. 이 기세를 몰아 2차까지 같은 해에 합격하겠다는 목표가 생겼지만 두려움도 컸다. 2차 시험은 1차때와는 달리 답안을 1~2페이지의 장문으로 서술해야하는 유형이다. 문제는 내가 주관식 서술형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 결국 그해 2차 시험은 붙지 못했다. 그렇지만 재도전했다. 2차 시험에 떨어진 이유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보완해 신중히 2차 시험을 준비했다. 이런 노력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고 드디어 합격의 기쁨을 맛보았다.

경영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취업이 쉽지만은 않았다. 경영지도사는 정년퇴임한 분들이 인생 2막을 쓸 때 사용하는 일이 많다. 연륜과 경험이 많은 장년층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취의 경험을 통해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된 나는 젊은 경영지도사를 필요로 하는 곳이 어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다양한 강연회를 찾아 다녔다. 그러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경제 구조가 새롭게 개편되며 스타트업 창업 열풍이 부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청년 창업가들은 트렌드를 빠르게 읽는 젊은 경영지도사를 파트너로 선호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는 경영지도사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비즈니스 인큐베이터와 엑셀러레이터 직종으로 눈을 돌렸다. 각 대학교마다 창업가들을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창업보육센터라는 이름의 인큐베이터가 있고 대학교 창업보육센터는 경력이 없는 사람도 채용하는 편이다.

나는 10곳이 넘는 대학이나 민간 창업보육센터의 문을 두드린 후 현재 경희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취업하여 청년창업 정부지원사업 전담 인력으로 일하고 있다. 일이 복잡하고 많지만 매일 좋은 경영지도사로서 완성되어 가는 것을 느낀다. 젊은 창업가들을 지원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기나긴 절망의 시기를 보냈기에 실패에 좌절하는 학생들에게 격려를 보낼 수도 있다.

좌절은 신이 주는 축복과도 같다. 기나긴 어둠의 시간 덕에 내가 바라는 자신이 되었다. 경영, 경제학에 조예가 깊은 사람을 막연하게 동경했지만 나는 그 분야에 소질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 포기했다. 그런데 세상에 휩쓸리고 막다른 길에 몰리다보니 어느새 경영 컨설턴트가 되어 있었다. 어린 마음에 빛나는 멋진 직업이라 생각했던 일을 지금 내가 업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시련 덕분에 내 마음은 단련될 수 있었다. 이젠 혼란 속에서도 한 조각의 희망을 찾아
내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안목이 생겼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이런 시간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희망을 놓지 않고 그 시간을 거치고 나면 분명 당신의 모습은 당신이 꿈꾸던 대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업데이트 2018-09-3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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