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뚝딱뚝딱, 단단하고 모난 것을 다듬어내는 재미
    조현근 대한민국명장(제관 직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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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이유 없는 자신감이 인생의 큰 기회로 작용할 때가 있다. 나를 객관적인 잣대로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낼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어려움 속에도 기회는 있다’며 전보다 더 나은 내가 되도록 노력하라고 강조하는 이. 2018년 동탑산업훈장으로 다시 한번 주목받는 조현근 대한민국명장을 만났다. 글_김민정 사진_차유진


조현근 대한민국명장(제관 직종)

약력
2018 (현) 동환산업주식회사 부사장
2018 대한민국명장회 부회장
2018 대한민국명장회 경남지회장
2017 경상남도 기능경기대회 기술부위원장
2016 고용노동부 스타기술인 홍보대사
2006 대한민국명장(제관)
1975 제22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국가대표 선수

수상
2018 동탑산업훈장
2010 국무총리 표창
1974 제9회 전국기능경기대회 금메달 수상

 


천연자원이 없는 나라,
인력은 곧 국가경쟁력

1970년대, 중화학공업이 발전함에 따라 고도의 숙련기술인 양성은 국가적인 과제로 등극했다. 그중 기계산업에 필요한 정밀가공사 양성이 목적이었던 ‘기계공업고등학교’는 정밀기계, 배관, 금속, 전기, 용접 등 특화된 분야의 인력 창출에 큰 몫을 했다. 더욱이 ‘기술’만 있으면 얼마든지 학교생활이 가능하도록 각종 여건을 제공한 덕에, 전국의 수많은 기술인재들이 몰렸다.

올해 2018년 동탑산업훈장 수훈으로 다시 한번 기술인의 영예를 드높인 조현근 대한민국명장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구 국립부산한독직업학교, 독일 정부의 지원으로 세워진 학교)에 진학한 것을 계기로 어느덧 40여 년째 판금제관기술 직종에 몸담고 있다. 물론 그도 한 분야의 숙련기술인이 되기 전 ‘새내기’시절이 있었다. 고교 시절, 축구선수를 꿈꿨다가 우연한 기회에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 입학 실기시험을 본 것이 그의 기술인생의 출발점이 되었다.

“펜치와 줄(공작물의 표면을 다듬질하기 위한 손 공구), 철사, 아크릴판이 주어졌는데, 철사로 구부리는 공작을 하고, 아크릴판에 줄로 모양을 따는 과제였죠.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종이를 감으면 철사에 펜치자국이 남지 않겠구나’하고 떠올렸던 겁니다. 모두 만드는 데만 몰두하는데, 어떻게 하면 더 매끈하게 만들지를 고민했으니 재주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웃음)”  
 


그렇게 기계공고에 입학 후 6개월간 모든 과정을 배웠다. 조 명장이 선택한 학과는 ‘배관’분야(배관, 판금, 용접)였다. 기계와 달리 손으로 뚝딱뚝딱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게 재밌어 보였단다. 이후 조 명장은 1974년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해 고교생으로는 처음으로 ‘타출판금’ 부문 금메달을 획득했다. 타출판금이 일반판금과 다른 점은 엄청난 망치질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 분야가 무엇이든지 손으로 만들어내는 정교함이라면 자신 있었다. 한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면 뭐든 수월하게 주어지는 것이 없었다는 점이다.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출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저만 소집서류를 받지 못했어요. 알고 보니 이전에 출전한 선배들이 실적이 우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타출판금 부문의 국가지원금이 끊긴 겁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있나요? 당시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한국위원회에 하루도 빠짐없이 편지를 썼습니다.”

조 명장은 이후 다른 직종에 결원이 발생하면서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기회를 얻은 이상 ‘금메달’ 획득으로 국위선양을 꿈꿨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조 명장은 또 한 번 좌절을 맛봐야 했다고.

“제가 한 번 본 것은 외워버리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큰 실수를 했습니다. 대회 당일 설계도면에 있는 수치 대신 머릿속에 있는 수치로 작업을 한 거죠. 금메달을 확신하고 있다가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어린 나이에 기분이 어땠겠습니까.(웃음)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이 됐죠.”

다져온 기술력,
끊임없는 연구와 후학양성으로 갚다

어린 나이에 맛본 좌절감으로 기술을 완전히 놓아버리려 ‘설계’에 눈을 돌리기도 했지만, 그 마음이 그리 강력하지는 못했다. 그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서, 판금제관 직종 우수기능공을 지도하고 양성하는 데 힘썼다. 이후 조 명장이 지도한 이들이 전국기능경기대회와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선전하면서, 그는 또 다른 방식으로 국위선양의 꿈을 이루었다. 그리고 2006년, 우연히 접한 ‘대한민국명장’ 제도는 또 한 번 그의 기술인생에 힘을 실어주었다.

“심사위원이 ‘왜 판금기술로 제관직종에 도전했느냐?’고 물어요. 그 당시 심사직종에는 제관직종밖에 없었거든요. 그렇지만, 판금과 제관은 재료 두께에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누가 판금․제관을 구분해놓았느냐’, ‘현장을 알고서 하는 소리냐’ 하며 오히려 자신 있게 반문을 했죠.”

그의 논리가 일부분 합당하다는 판단에서였는지, 그는 명장제도의 마지막 관문인 현장실사를 통해 당당히 대한민국명장에 이름을 올렸다.(*예전에는 판금과 제관이 구분되어있었으나, 지금은 하나의 직종으로 묶여있다.) 그리고 그의 기술력은 더욱 견고해져 각종 수입장비를 국산화하고,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전·후방 효과가 매우 큰 자동차 산업분야에서 수많은 결과물을 내놓았다.

“어떠한 어려움에서도 자신 있게 걸어왔지만, 혼자서 이루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숙련기술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해지는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역사가 이어지듯 기술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내가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았듯 사회에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조 명장은 기업인임과 동시에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기술 멘토요, 각종 기능대회의 심사위원이자, 2016 스타기술인 홍보대사,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 NCS 개발 전문위원이다. 그간 갈고닦은 숙련기술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스스로 짊어진 무게는 꽤 무겁다. 그러나, 그 무게만큼 기술력이 지닌 힘도 크다는 조 명장.

“여러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형상은 숙련기술인들의 손을 거칩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흘러도 숙련기술이 가진 힘은 더욱 견고해지고, 기술을 지닌 손은 점점 더 귀해질 것입니다. 청년들이 누구보다 자신 있게 나를 만들고, 기술력으로 미래를 그리는 데 힘썼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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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금제관 직종은 연강판, 형강, 관 등의 재료를 판금제관용 기계나 공구를 사용하여 (도면의 규격에 따라) 분기관, 원통엘보, 덕트 분기관, 곡관 등으로 만들수 있도록 성형하고 용접하고 조립하는 것으로, 선박을 건조하거나 철 구조물을 만드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작업이다.

 

업데이트 2018-10-0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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