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한 주부가 항공기 표면처리정비사가 되다
    2017년도 국가자격 취득자 수기공모전 금상 수상자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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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국가자격 취득자 수기 공모전 금상 수상자 원지희(공군 군수사령부 제81항공정비창)


결혼 이후 4년을 육아휴직으로 보내고 39살이 되었다. 복직하려니 막막했다. 주말 부부로 아이들을 혼자 기르며 직장을 다닐 수 있을지를 비롯해 여러 걱정이 앞섰다. 그러다 출근 날이 다가왔고 신입사원의 자세로 하루하루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미혼여성으로서는 선뜻 선택하기 어려웠던 군 정비창 주조 분야라는 여러 위험 요소가 있는 환경에서 여성 최초로 근무했다. ‘과연 버티기나 할지’라는 느낌을 주던 눈빛들을 기억한다. 동정과 냉담이 담긴 눈빛을 비웃기라도 하듯 당당하게 일하고 싶었다.

그래서 퇴근 후 업무 관련 공부에 매진했다. 이내 높은 직급의 채용에 합격할 수 있었다. 합격 후 근무하면서도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능력을 기르는 동시에 동료와 화합해 나 자신과 조직의 발전을 이루고 싶었다. 그래서 능력개발과정으로 금속재료공학학원에 진학했다. 학사 과정으로 금속재료산업기사, 직업훈련교사자격증을 소지한 상태였지만 발전하는 정비사가 되고자 주경야독으로 수업에 임하며 생각의 깊이가 달라지는 체험을 했다.

이렇듯 열심히 살아왔고 업무에 대한 의지도 충분했지만 업무 공백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신감이 떨어졌다. 일단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었다. 가정과 일은 양립하기로 했다. 한정된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했기에 연간 계획을 짰다. 전반기는 금속재료기능장, 후반기는 주조기능장 취득에 도전하기로 했다. 벽에 계획표를 붙여두고 목표 달성을 위해 월, 주, 일별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세히 표시했다. 그렇게 적다 보니 막연한 목표가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한정적인 시간, 여러 변수 속에서도 계획표를 수정해가며 노력했다. 매일 새벽 아이들이 깨지 않게 일찍 일어나 공부했다. 업무 시간에는 일에 집중하고 점심시간에는 도시락을 먹으며 공부했다. 퇴근후엔 집안일을 하다 아이들이 잠들면 공부했다. 그렇게 쪽잠을 자며 공부한 지 1년, 그토록 기다리던 문자를 받았다.

합격통지 문자를 받았을 때의 감정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금속재료기능장을 5월에, 주조기능장을 10월에 품에 안았다. 벅찼다. 가족에게 할애하지 못했던 안타까운 시간이 떠올랐다. 자격증을 취득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자격증의 의미와 취득의 성취감을. 특히 ‘내가 도전한 분야에서 여성 도전자는 처음이지 않을까’하는 긍지와 자부심이 있어 더욱 크게 다가왔다. ‘남자도 힘든데 여자가 어떻게 해’라는 틀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기로 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 근로자들에게 내가 좋은 동기부여가 되면 좋겠다. 2개의 기능장 취득과 금속분야 기술지도사 준비를 하며 보낸 시간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업무도 이전보다 재미있게 다가온다. 자연스레 현장의 문제점도 보여 안전 개선 사례를 제출해 채택되기도 했다. 안전 활동 경연회에서도 최우수 사령관상을 받는 등 좋은 성과도 있었다. 또한 현 정비작업 개선을 위해 참가한 관련 전시회에서 눈여겨본 장비도 도입해 현재 시험 가동 추진 중이다.

가정에서도 좋은 일이 있어 기쁘고 감사한 한해를 보냈다. 그렇기에 늘 노력하고 배우는 겸손한 정비사가 되자고 다짐한다. 목표를 향해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내는 이들을 응원한다. 

업데이트 2018-03-1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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