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평가형 자격은 '교육.훈련.자격'이 산업 현장의 '일'과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실력을 평가하는 제도이다.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적은 스펙보다는 경험과 실력이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고자 그 범위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 종사할 창의적인 전문 기술인들을 양성하는 부산자동차고등학교에서 과정평가형 자격제도를 통해 맺은 찬란한 노력의 결실을 만나보자.
글 서희동 사진 차유진
젊은 기술명장을 육성하는 배움의 장
지난 2010년 자동차분야 마이스터고로 지정된 부산자동차고등학교(이하 부산자동차고)는 자동차산업 현장에 필요한 전문 기술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마이스터고는 유망 분야의 특화된 산업수요와 연계해 최고의 교육으로 젊은 기술 명장(meister)을 양성하는 전문 고등학교이다.
부산자동차고는 자동차부품가공의 현장실무능력을 지닌 인재를 양성하며 매년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부산자동차고는 과정평가형 자격 제도 시행 초기부터 시범학교를 방문하고 설명회에 참여하는 등 신중하게 해당 제도 도입을 검토했다. 그리고 과정평가형 자격 교육 첫해인 2015년, 컴퓨터응용선반/밀링기능사 과정에 참여한 학생 대부분이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나아가 학생들은 이 제도를 통해 현장 실무 능력까지 기를 수 있었다.
이에 부산자동차고는 눈을 더 넓혀 학생들이 과정평가형 산업기사 자격증에 도전하도록 했다. 기존 산업기사 자격증 시험은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이나 2년 이상의 실무 경력이 있어야만 응시할 수 있었지만, 2015년 이후 산업기사 직무가 요구하는 630시간의 훈련 과정만 이수하면 누구나 시험을 칠수 있어 고등학생에게도 도전의 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정규 수업 시간 내에 교과 과정 이수와 동시에 훈련 시수를 채우는 것은 어려웠다. 이에 부산자동차고는 당시 1학년이던 부품가공과정 학생들에게 동의를 먼저 구한 후 2학년부터 매일 보충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3학년에 각종 공채와 현장 실습이 시작되는 마이스터고의 특성상 과정평가형 자격 교육을 진행하기에 2학년이 가장 적합했고, 미리 자격증을 취득하면 취업에 유리할 뿐더러 현장 적응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부산자동차고는 시설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측정실을 새롭게 마련했고, 1억 원 정도의 MCT(머시닝센터)를 도입하는 등 과정평가형 과정의 운영기준 이상으로 설비를 갖추었다. 또한 교사들도 연수에 참여하거나 새로운 교안을 제작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강광철 부장교사는 “매일 저녁 열정적으로 수업을 진행한 선생님들은 물론, 한국산업인력공단, 시와 교육청 등 기관들의 지원이 있었기에 성공적으로 교육을 진행할 수 있었다.”라고 말하며 함께 노력한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꾸준한 노력의 결실을 맛보다
작년 한 해 교복보다 작업복을 입은 시간이 더 길었던 부산자동차고 2학년 학생들은 2017년 12월 29일, 떨리는 마음으로 컴퓨터응용가공산업기사 과정평가형 과정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결과는 응시생
37명 가운데 29명 합격. 전국 최초의 고등학생 산업기사들이 대거 탄생했다. 학력에 앞서 실력으로 결실을 본 순간이었다.
이 자격증 취득은 부산자동차고 학생들이 현장에서 선호하는 ‘실무 능력이 뛰어난 인재’가 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해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
부산자동차고는 앞으로도 과정평가형 자격 제도를 통한 학생들의 산업기사 자격 취득에 꾸준한 관심을 가질 계획이다. 기능사보다 상위 자격인 산업기사에 도전하는 일이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학습이 이루어지는 만큼 실무 능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임을 확인해서다.
학생들 역시 꾸준한 실습으로 차곡차곡 실력이 쌓이는 것을 느끼며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서로 독려하는 분위기에서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었다는 학생들. 그들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공부에 집중하는 환경을 만들었기에 이룰 수 있었던 값진 결과다.
노력하며 실력을 쌓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젊은 기술인들은 자신감과 열정이라는 무기를 기반으로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머지않아 이들이 산업 현장에 내딛게 될 첫 발자국
은 훗날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장인의 발걸음으로 이어져 더 깊고 선명하게 새겨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