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렴한 세상, 어떻게 시작 하시겠습니까?
    글_한국산업인력공단 상임감사 김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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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의 청렴도는 100점 만점에 53점으로 176개국 중에 52위를 기록, 역대 가장 낮은 순위를 나타냈다. 우리나라는 50위를 기록했던 2003년을 제외하곤 최근 20년간 30~40위권을 유지
해 왔다.

그래서 이번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그 범위를 제한할 경우 총 35개 국가 중 29위로,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우리나라의 청렴도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와 비슷한 조사결과는 또 있다. 2016년 OECD 사회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믿을 사람이 없다’(35개국 중 23위), ‘사법시스템도 못 믿겠다’(34개국 중 33위), ‘정부도 못 믿겠다’(35개국 중 29위)로 조사되어 청렴도의 기반이 되는 신뢰도 또한 매우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GDP가 96달러에 불과했던 1960년대, GDP 256달러로 경제규모 세계 19위의 국가였던 필리핀은 군부의 정치개입, 정치인의 부패 등으로 경제 성장에 실패했다. 이제 필리핀은 과거 우리나라가 독일로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했던 것처럼 우리나라에 외국인 근로자를 송출하고 있을 정도로 경제력의 차이가 커졌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경고한다.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부패와 낮은 신뢰도를 개선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도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라고.
 


청렴도와 신뢰도가 낮다는 위의 조사 결과는 OECD 회원국이 될 정도의 물질적 풍요와 여유를 안겨 주었던 ‘한강의 기적’이 결코 노력없이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청렴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감사’라는 직책으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더 이상 청렴할 수 없을 만큼 청렴하다고 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 내가 하면 로맨스지만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 말이 어찌 보면 우리가 청렴을 대하는 기준과 묘하게 비슷한 듯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중용 23장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일깨워 준다. 중용 23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청렴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하고 물어 보면 대부분 큰일 혹은 거창한 일만 생각한다.

하지만 청탁금지법에서 식비, 경조사비, 선물 등 자칫 소소해 보이는 일상의 일들에 대해 기준을 제시한 것 럼 청렴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주 사소한 일부터 변화를 시작하여야 한다. 더불어 이러한 작은 실천과 함께 제도와 시스템에 투명성이 부여 되어야 한다. 제도나 사람을 쉽게 신뢰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풍토는 제도나 시스템의 운영 현황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음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개인 차원에서는 생활 속 청렴을 꾸준히 실천해 나가고 조직 차원에서는 투명한 제도 운영을 위해 노력해간다면 제2의 한강의 기적은 물론, 스웨덴이나 덴마크와 같은 깨끗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업데이트 2018-01-2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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