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모든 특허기술은 당신들 것입니다.”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대표 엘론 머스크가 2014년 6월 테슬라의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글의 제목이다.
제목만 보고 테슬라 홈페이지가 해킹 당했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날 테슬라는 자사가 보유한 특허기술 1,400여 개를 무료로 공개하기로 했다.
엘론 머스크는 기술 공유를 통해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 시장의 모든 기업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기술 공유의 이유를 밝혔다.
기술 독점으로 얻게 되는 이익보다 기술 공유를 통해 전기자동차 시장 전체를 확대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기업들이 기술 독식을 통해 홀로 성장하는 모습에 익숙한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어색한 풍경이다. 그러나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개방과 공유는 새로운 생태계로 자리 잡았다. 이들이 수십 년 간 축적해온 노하우를 공유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산업구조의 변화이다. 4차 산업혁명의 등장으로 수직계열화 된 기존의 산업구조가 플랫폼 기반의 수평적 협업이 강조되는 구조로 변화되고 있다. 본래 승강장이라는 의미를 가진 플랫폼은 산업용어로는 공유와 개방이 가능한 토대를 말한다. 이 토대를 인프라로 활용하여 이용자들이 네트워킹하며 플랫폼의 가치를 더해가는 구조다.
우버는 자동차를 한 대도 소유하지 않고 택시 산업을 이끌고 있으며, 알리바바는 재고를 보유하지 않고서도 세계 최고의 온라인 상점으로 등극했다. 플랫폼 기업들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만든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기술과 아이디어가 연결되고 공유되면서 플랫폼의 경제적 가치는 더 커진다. 즉, 플랫폼 산업 하에서는 공유와 개방이 필수다. 변화된 산업 구조 하에서 과거의 폐쇄적 경쟁을 추구하는 기업은 살아남기 어렵다. 더 많이 ‘동반’하며 성장하는 자가 승자다.
동반성장은 더 이상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이 시혜적으로 베풀어야 할 ‘미덕’이 아니다. 대기업에게도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 ‘도구’가 된 것이다. 대기업들은 수직적 산업구조에서 누려왔던 갑의 위치를 계속 고수하기 어렵게 됐다. 중소기업들에게도 4차 산업혁명은 위기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같은 거대한 자본과 우수한 인력을 보유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술과 정보의 양극화로 인한 불평등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2016년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개최된 다보스 포럼에서 클라우드 슈밥 회장 역시 4차 산업혁명이 불평등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답한 중소기업이 52.3%에 달하며, 36.3%는 들어만 봤다고 답했다. 공정의 효율화를 위해 등장한 스마트공장에 대해서도 중소기업들은 비즈니스 모델 부족으로 인한 위험성과 초기 투자비용 문제로 도입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투자가 가시적인 성과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데, 재정이 튼튼한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들은 그 시기를 버티기가 어렵다. 그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이 필요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이 중요하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동반성장 확산 정책으로써,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자간 성과공유제를 확대하고 투자재원 출연확대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성과공유제와 투자재원 출연의 기본 원리는 대기업의 협력으로 중소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게 하고, 성과가 나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성과물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유하여 동반 성장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중소기업들에게 시급한 것은 인적자원의 확보이다. 4차 산업혁명은 원료를 기반으로 하였던 이전의 산업혁명들과는 달리 아이디어와 혁신을 바탕으로 한 소프트파워를 동력으로 한다. 따라서 인적자원의 수준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 특히 로봇으로 대체 가능한 단순노동 인력보다는 전략적 판단에 능하고 최첨단 기술을 다룰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변화하는 산업 구조의 요구에 맞추어 구직자들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직업교육을 강화하여야 한다. 중소기업에게는 전문역량을 갖춘 인력에게 적절한 대우를 해줄 수 있도록 정부가 주도하여 고용환경을 개선해주어야 한다. 기업과 근로자 사이에서도 동반성장이 필요한 것이다.
변화는 시작되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의 변화는 예전보다 훨씬 빠르고 다이내믹하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한 발짝 늦은 정책은 그 간극만큼의 희생자를 배출한다. 그래서 정책수립의 방향 못지않게 속도 역시 중요하다. 얼마 전 우리는 통합과 협치를 강조하는 새 대통령을 맞이하게 되었다. 통합과 협치는 동반성장의 가치와 일맥상통한다. 새롭게 출범할 정부가 변화의 속도에 맞추어 이를 뒷받침할 제도를 신속히 정립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동반성장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