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담아 자동차를 ‘빚다’- 모헤닉 게라지스 대표 김태성
    김태성 모헤닉 게라지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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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람들만이 생의 맛을 알 수 있어.”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의 생(生)’의 글귀다.
아무도 발을 딛지 않은 영역에 첫 발을 내딛는다는 것은 미친 짓일 수도 있다.
확실하지 않은 일인 만큼 수많은 리스크와 실패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려움 속으로 기꺼이 들어가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그런 드라마틱한 일 말이다.


기계에 감성을 더한
수제자동차라니. 손으로 자동차를 만든다는 것도 놀라운데, 손에서 만들어진 자동차의 모습은 더욱 놀랍다. 이쯤하면 ‘작품’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더군다나 그 차가 30여 년 전인 1991년 현대에서 제작된 갤로퍼임을 감안하면, 고전적인 차가 새롭게 디자인되어가는 과정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수제자동차는 자신만의 가치를 위해 소비하는 제품이에요. 조금 불편하더라도 기계적인 감성을 즐기는 거죠. 클래식한 감성을 가진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내 꿈의 차’, 그것이 수제자동차가 갖는 차별성이예요.”

국내 최초 수제자동차 회사, 모헤닉 게라지스. 자동차에 붙은 ‘수제’라는 단어가 살짝 어색하기도 한데, 리빌드(Rebuild) 개념을 생각하면 된다. 갤로퍼의 보디만을 유지한 채 새로 자동차를 제작하는 방식이다. 고객의 주문이 들어오면 작업이 진행되는데, 해체 작업을 거친 후 복원에 들어간다.

감성이라는 가치를 담는 만큼 세심한 디자인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 오래된 자동차를 다시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올려줘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모든 작업은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대략 10주의 기간이 소요되는데, 평균적으로 연간 20대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물론 양산 자동차보다 불편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엄연히 다른 분야입니다. 수제자동차의 경쟁력은 ‘가치’에 있어요. 양산 자동차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성을 담고 있습니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기계에 더해진 감성이라니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것이 한 사람의 ‘미친’ 생각에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하면 대단하다.

“캠핑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차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정통 사륜구동을 개조하게 됐죠. 내가 타고 싶은 차가 없으니 만든다는 단순한 논리로요. 무모하고 미쳤다 싶을 수도 있지만, 그런 도전들이 세상에 없던 특별함을 만들어내는 게 아닌가 싶어요.”

생각하는 것이 심상치 않다 했더니 이력이 특이하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목조형 가구학과를 졸업하고,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패션화보 매거진 발행인이 되기도 했다. 처음 갤로퍼 개조를 시작했을 때도 디자이너의 욕심과 아이디어가 반영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차가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됐고, 요청이 쇄도했다.

“공장을 처음 세울 때 외주 공장이 상황이 안 돼서 차를 제작할 공장이 없었어요. 솔직히 얘기를 했어요. 공장을 지어야 차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차값을 미리 내주면 만들어드릴게요, 라고요. 그랬더니 모두 차 값을 지불해주셨고, 그 돈으로 공장을 짓게 됐어요. 많은 분들의 응원과 관심으로 시작됐던 만큼 운영방식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모헤닉 게라지스의 소액주주는 현재 600여 명.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며 더 많은 팬이 생겼다. 이들은 결국 모헤닉 게라지스의 가치관에 공감하고 등 뒤를 받쳐주는 든든한 백이 됐다. 이러한 힘이 모여 하나의 방향으로 향하니 그 길이 곧을 수밖에 없다.
 


모헤닉이라는
가치를 완성하는

모헤닉이라는 단어에는 의미가 없다. 세상에 없는 단어를 찾아 만들었기 때문이다. 모헤닉 게라지스의 걸음은 그의 여정이다. 모헤닉이라는 단어를 완성하기 위한 여정. 모헤닉만이 가질 수 있는 브랜드 가치를 세우는 것.

“모헤닉이라는 브랜드는 한마디로 정의하거나 설명할 수 없어요. 모헤닉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무궁무진하게 변할 수 있거든요. 수제자동차에서 그치지 않고 문화 브랜드 회사를 만들어 갈 겁니다. ‘모헤닉’이라는 브랜드 속에서요.”

브랜드 가치를 완성하기 위해 모헤닉은 앞으로 바쁜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 현재 모헤닉 게라지스의 자동차는 1세대, 2세대로 나뉘어져 있는데, 엔진에 따라 구분된다. 올해 5~6월경부터 3세대를 연구 제작할 계획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갤로퍼 리빌드를 넘은 독자모델이 2019년 출시된다.

자회사인 모헤닉모터스에서는 전기차까지 진행하고 있다. 올해 5월 제작발표회에 들어가고, 연말에 신품이 나올 계획이다. 이러한 모헤닉 게라지스의 차는 모헤닉 스테이에서 만날 수 있다. 올해 가을에 오픈되는 파주, 일산 쪽의 1호점을 시작으로 전국 20여 곳에 생길 예정이다.

“모헤닉 게라지스는 차를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라이프를 판매합니다. 모헤닉 스테이를 운영하는 것도 그 때문이죠. 모헤닉 스테이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차를 판매하기도 하지만, 패션이나 악세서리, 식음료를 함께 판매하기도 합니다. 새벽 3~4시까지 맥주를 마시며 차를 보는 거죠.”

모헤닉 게라지스는 제2의 할리 데이비슨을 꿈꾼다. 하나의 문화로서,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모헤닉’을 알리는 그날까지, 모헤닉 게라지스는 더 열정적인 걸음을 걸을 것이다.
 

업데이트 2017-04-11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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