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여섯 승주가 하늘로 띄운 꿈, 드론 - 최연소 드론 자격증 취득자 천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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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보다 무서운 건

가능성 앞에서 주저하는 것


소녀는 당찼다. 꿈을 이루기 위해 선택할 것과 포기할 것을 스스로 판단했다.
그리고 자신의 결정에 후회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다.
드론 국가자격증 최연소 취득자라는 타이틀보다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더 행복하다는 천승주 학생.
이 다부진 대답에는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선 열여섯 소녀의 당당함이 배어 있다.


승주 학생이 드론 자격증을 취득한 건 지난해 가을이다. 일반 교과과정을 자퇴하고 대안학교에 입학해 보낸 시간은 드론 자격증을 위한 준비와 도전, 그리고 합격이라는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꿈을 이룰 수 있는 조금 빠른 길을 찾고 싶었어요. 일반 교과과정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많이 보장해줬지만 정작 꿈에 대한 목적의식을 생각할 겨를은 없더라고요.
허무했어요. 모험일 수도 있지만 하고 싶은 일에 확신을 갖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공부 양이나 체벌 강도, 경쟁을 유발하는 교우관계에서 발견한 회의감은 오히려 승주 학생이 용기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낯선 곳에서 자유분방하게 꿈을 찾기로 한 것.

“처음에는 부모님도 반대하셨고 주변의 선입견 때문에 힘들기도 했어요. 쉬운 결정은 아니었죠. 하지만 더 먼 미래를 내다봤을 땐 옳은 선택이라는 확신이 들어요.”

중학교 2학년생의 고민에서는 생각한 것 이상의 깊이가 느껴졌다. 무모한 도전일지 모르나 승주 학생은 스스로의 결정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되레 악착같이 노력했다.

“정말 많은 경험을 했어요. 사고의 크기가 훨씬 넓어진 느낌이랄까요. 하고 싶은 것에 실컷 매진할 수 있어서 더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죠. 지난 1년의 경험을 발판 삼아 이제 다시 일반고 진학을 앞두고 있어요. 꿈에 대한 방향성을 찾았으니 명백한 이유를 가지고 공부에 집중하려고요.” 누군가가 제시하는 과정에 그저 순응하지 않았다. 더 낫다고 생각한 길을 위해 오롯이 도전하는 쪽을 택했다. 그래서일까. 승주 학생이 일궈낸 현재는 무엇과도 비교 불가능한 가치를 지니게 됐다.


체험과 체득, 사고의 영역을 확장시키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전환학년제로 운영되는 곳이에요. 1년 동안 제가 하고 싶은 걸 직접 선택하고 자기개발, 진로탐색 하는 시간을 보냈죠. 여러 활동을 경험하면서 자존감이 많이 높아졌어요. 제 꿈이 경찰인데요, 현직 경찰관도 만날 수 있었고 학교 멘토를 통해서는 실질적인 조언도 들을 수 있었어요.”

승주 학생은 ‘최대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해보라’는 멘토의 권유 덕에 병영체험부터 탈북 학생들과의 교류 등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해볼 수 있었다며 흔하지 않았던 그 기회들을 소개했다. 특별했던 시간들은 단순한 체득 이상의 것을 승주 학생에게 새겼다고.

“학교 친구들과 10일가량 미국에 다녀왔어요. 세상이넓다는 사실을 몸소 느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외국인들과 크게 다를 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하나하나 겪으면서 제일 와 닿은 건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었어요. 그리고 타인을 배려하는 방법도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고요.”

‘하나를 알면 열을 깨우치다’라는 속담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만드는 대답. 지식 쌓기보다 사랑과 열정, 배려와 상생 같은 보이지 않는 가치들을 터득한 승주 학생은 한층 성숙해진 태도로 새로운 도전 앞에 섰다.


꿈을 향해 선택한 지름길, 드론

“우연히 상공에 떠 있는 드론을 보게 됐는데 너무 재밌어 보이는 거예요. 알아보니 경찰이라는 직업과도 연관이 있더라고요. 드론 자격증이 있으니 도전해보라는 권유는 아버지가 해주셨어요. 냉큼 공부를 시작했죠.”

드론 자격증을 위해 무더웠던 지난여름의 한 달가량을 한국항공대학교 비행교육원에서 보낸 승주 학생. 통학시간만 왕복 3시간 이상 소요되는 체력전을 굳이 치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에 또 하나의 작은 모험을 시도했다.

“이른 등교도 문제지만, 점심시간을 제외하곤 종일 바깥에서 기체를 날려야 해요. 20시간 이상 비행했다는 증명서가 필요하거든요. 육체적으로 힘들 것 같아 기숙사 사용을 허락해달라는 메일을 총장님께 보냈어요.”

결과는 흔쾌한 승낙이었다. 순수한 열정이 가득 묻어있는 편지에 누가 안 된다는 답을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승주 학생은 무인기 조종자 양성과정을 당당히 수료하고 전국에서 아직 채 100명도 되지 않는 수료자 가운데서도 최연소라는 타이틀로 주목을 받게 됐다.

“드론을 활용해 경찰 임무를 수행하고 싶어요. 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분들을 돕고 싶은 마음도 크고요. 경찰로 유명해지기보단 이 직업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됨됨이가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어린 소녀의 당돌함은 꿈을 개척하고 삶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태도로 이어져 있었다. 청춘이라는 아름다운 이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삶의 방식을 살고 있는 소녀, 승주 학생의 내일을 함께 응원한다.

업데이트 2017-03-1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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