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실한 숙련기술 하나면 취업, 결코 어렵지 않아
    김인곤 능력개발이사, 여성숙련기술인과의 특별한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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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울산에서는 특별한 간담회가 열렸다.
김인곤 한국산업인력공단 능력개발이사와 두 여성 숙련기술인 정효정, 이인 씨가 만나 따뜻한 점심 한 끼를 나눈 것.
오고가는 대화 속에 여성숙련기술의 희망을 들여다본 그날의 담화를 소개한다.
글. 정소야 / 사진. 이승훈


# ‘여성’ 숙련기술인

김인곤 이사
오늘 두 분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정효정 씨는 제51회 전국기능경기대회 목공예 부문에서 금메달을 수상했습니다. 남성이 대부분인 종목에서 여성이 1등상을 수상한 점이 상당히 이례적이었어요. 이인 씨도 ‘제7회 Best of CHAMP Day’때 제가 직접 시상을 한 인연이 있지요. 당시 어려움을 딛고 남성들의 직업으로 여겨지는 용접 분야에서 활약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정효정
목공예는 여자가 하기 힘든 일인 건 분명합니다. 큰 기계를 다뤄야하고 체력이 버텨줘야 하니까요. 그래도 못할 일은 아니죠. 이번 전국기능경기대회 1위인 저도, 2위도 여성이었으니까요. 저도 23살에 목공예 관련 자격증을 따서 현장에 나왔지만, 두려움이 앞섰던게 사실입니다.

당시 입사한 회사는 환경이 열악했고, 15명 직원 중 여자가 저 혼자였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둔 후 당시 더 높은 연봉이 주는 제약회사 입사해 10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더 늦기 전에 좋아하는 일을 다시 하겠다고 결심했어요. 이번 전국기능경기대회를 출전하며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좋았습니다. 기술향상에도 엄청난 도움이 되었구요.


이인
용접도 대부분 남자만 하는 일로 생각하세요. 그래서 처음에는 면접 기회도 잘 주어지지 않았어요. 그때 정말 많이 울었죠.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간절할 수 있을까 싶었죠. 몇 달 동안 인터넷, 신문을 전부 뒤져 ‘용접’이란 단어만 보면 이력서를 넣기를 수십 번이었어요.

합격연락을 받았을 때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2년간 현장에서 일하며 느끼는 점은 여자라서 못할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여자라서 좋은 점도 많아요. 옆에서 늘 도와주시니까요. 저는 오히려 자존심이 상해 뭐든 다 제가 해내려 하지만요.(웃음)


김인곤 이사
이인 씨 이야기를 듣고 보니 용접은 오히려 여성이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완벽하고 섬세한 작업이니까요.


이인
성별의 차이보단 성격의 차이가 아닐까요. 섬세한 남자 분들은 오히려 저보다 훨씬 더 완벽하게 하시거든요. 제가 못 따라갑니다.(웃음)


김인곤 이사
그렇지요. 이제 직업 선택에 있어 성별에 대한 편견은 많이 깨졌고 유연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아직 제조업 직종에서는 여성 비율이 높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여러분처럼 다양한 직종에서 여성 성공모델이 나온다면, 앞으로는 기업을 이끄는 여성 리더도 많아지지 않을까요. 여성숙련기술인이 우리사회의 버팀목이 될 날을 기대해 봅니다.


# 꿈에 대한 담화

이인
저는 요즘 용접 현장이 걱정스럽습니다. 계속 젊은이들이 현장을 떠나고 나이 드신 분들만 남았지요. 그럼 수년 후에는 누가 이 일을 이어갈까요.



정효정
목공예 분야도 외면당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특성화고에서도 전통방식이 아닌 DIY 제작 등 분야를 축소하고 있지요. 하지만 목공예는 친환경 콘셉트 등과 접목해 꾸준히 발전해갈 수 있는 분야라 생각해요.

DIY 처럼 쉽게 배운 기술은 포기하기 쉽지만, 기초와 기본에 집중한 전통기술은 몸과 손으로 익힌 평생 내 기술이 됩니다. 특히 한국에서 목공예를 배우면 유학 갈 필요가 없다고 하죠. 한국의 손공예 기술이 이미 세계 최고니까요.


김인곤 이사
저도 그 점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다들 안정적이고 편한 직업을 원하다보니, 젊은이들은 기술 현장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하나둘 떠나고 있지요. 그에 반해 두 분은 굉장히 뚝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인
사실 저는 끈기, 뚝심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오죽하면 중도 퇴사를 너무 많이 해서 아르바이트 비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어요. 그런 제가 2년 동안 용접 일을 놓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하나예요. 너무 재미있다는 거죠. ‘즐거움’이란 무기는 대단해요. 제 안에 없던 끈기를 만들어주고 덩달아 자존감도 높여주었으니까요.


정효정
맞아요. 저도 지금이 가장 행복합니다. 그동안 억누르며 하지 못했던 이 일을 다시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신이 나지요. 편안하고 안정적인 장점만 보고 회사를 선택하면 얼마 되지 않아 회의감이 들 수 있어요. 물론 환경이나 연봉도 중요하겠지만, ‘그 일을 할 때 즐거운지’ 꼭 내 마음부터 들여다봐야 해요.


이인
저도 처음부터 용접 일을 한 건 아니에요. 지금보다 훨씬 돈을 많이 버는 일을 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억지로 하다 보니 일에도 돈에도 애착이 없었어요. 제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던 거예요. 지금은 돈을 많이 벌진 못해도 즐겁습니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일이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 그릇에 맞는 일을 찾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김인곤 이사
사람은 모두 성향이 다르고 자신에게 맞는 일도 다르겠지요. 제가 늘 두 딸에게 당부하는 말이 있어요. ‘꼭 좋아하는 일을 해라. 직업을 선택할 땐 너무 짧게 보지 마라.’ 지금 당장 급여가 적다고 해서 평생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더 많은 열정을 쏟게 되고, 결국 그 분야에서 성공하게 되겠죠. 그러면 내 노력과 땀이 우리 사회를 조금 더 살기 좋은 사회로 만드는 데 기여하게 되는 거예요. 그것이 내 궁극적인 이상과 자아를 실현하면서 봉사도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 숙련기술 발전을 위한
공단의 노력


김인곤 이사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끈기와 열정으로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거죠. 특히, 전국기능경기대회는 엄청난 몰입을 필요로 합니다. 어떤 종목은 2~3일간 꼬박 20여 시간을 집중해야 하는데, 그 자체가 굉장한 인내심을 요하지요.

하지만 그렇게 몰입하다
보면 그 기량 자체가 몸에 익어 발현됩니다. 그것이 바로 숙련입니다. 여러분들도 그렇게 다 무수한 시간을 투자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선 것이겠지요.


이인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노력이 따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능경기대회처럼 기능인들이 기술을 숙련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배움과 실무의 거리도 좀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고요.


김인곤 이사
공단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NCS, 일학습병행제 등 운영을 통해 배움과 실무가 곧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지요. 앞으로도 꾸준히 제도 개선을 통해 학력, 스펙보다 능력으로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정효정
일학습병행제는 굉장히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있었다면 저도 숙련된 기술을 더 빨리 접하게 되지 않았을까하고 아쉬움이 남습니다. 후배들이 이런 제도를 잘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또 폴리텍대학에 다니면서 공단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사업들을 알게 되었는데 요 , 최근에는 ‘큐넷(www.q-net.or.kr)’의 도움으로 자격증 관리도 훨씬 간편해졌어요.


김인곤 이사
앞으로도 청년들이 원하는 방향, 다양한 경로로 자신의 일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가겠습니다. 또 기술, 기능에 대한 숙련정도를 학제제도와 같이 운영해, 숙련기술인들이 대우받고 존경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정효정
저도 같은 바람입니다. 지금은 연세 많으신 숙련기술인들이 사회의 인정을 받으려면 정규 대학과정을 다시 밟아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숙련기술을 몸으로 익히신 분이면 이미 이론은 완벽하다 보아야 하는데 말이지요. 이런 점들이 점차 개선되어 간다면 능력에 따라 인정받는 능력중심사회의 도래도 머지않을 듯합니다.

 

 

김인곤 이사
뜻만 있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도록 저희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미담이 많이 알려져 누구든 열정과 노력, 기술만 있으면 성공할수 있다는 희망이 사회 곳곳에 뿌리내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취업이 어렵다 하지만 열정만 있다면 분명 길은 있습니다. 확실한 숙련기술 하나만 있으면 취업, 결코 어렵지 않을 겁니다.

두 분 오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업데이트 2016-11-1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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