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남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한국산업인력공단 청렴감사관)

중국의 고전, 4서 5경 중의 하나인 <대학> 6장에 보면 ‘신독(愼獨)’ 또는 ‘신기독(愼其獨)’에 대한 설명이 있다. 신기독(愼其獨), 혼자 있을 때에도 삼가 행동을 조심한다는 뜻으로 퇴계는 이를 평생 행동의지침으로 삼았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날임에도 의관을 정제하고 책을 읽는 퇴계의 모습을 보고 형이 옷을 벗고 시원하게 앉아 공부할 것을 권유했지만 듣지 않았다. 몇 번을 권유해도퇴계는 ‘혼자 방 안에 있어도 천 사람 만 사람의 가운데에 앉아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며그 뜻을 굽히지 않았다.

모름지기 사회의 지도자가가져야 할 자기 관리의 극치를 보여주는 일화이다. ‘신기독(愼其獨)’, 석 자가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은이처럼 철저한 자기수양의 지침이기 때문이다. 퇴계는 혼자 있을 때에도 많은 사람들 가운데 있는 것처럼 바른 생각, 바른 태도를 운명처럼 함께 했다. 항상 진실만을 대하려는 고뇌도 함께 느껴진다.

몇 십 년 만의 무더위라는 올 여름의 더위보다도 우리를 더 지치고 짜증스럽게 만드는 것은 언론과 의유착이니, 스폰서 검사니, 김영란법 등이니 하는 단어들이었다.

스폰서 검사? 무슨 뜻인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금전,향응, 성상납 등 스폰서를 받은 전ㆍ현직 검사를 일컫는 용어. 검사라는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기업가또는 재력가들로부터 금전, 향응 등의 불법적 상납을 받은 전ㆍ현직 검사를 지칭한다.’라고 되어 있다.김영란법이라는 것도 새로 생겨 오는 9월 28일부터시행된다고 한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소위 ‘김영란법’, 이하 ‘부정청탁금지법’)으로, 직무관련성이 없는 공무원의금품 수수나 단순한 청탁행위를 처벌할 수 없었던기존형사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입법되었으며 부정청탁을 예방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식사와선물, 경조사비를 제외하는 법이다.

스폰서 검사나김영란법 등은 우리 주변의 갑남을녀인 보통의 일반인들에게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다. 모두 특별한자리에서 특별한 권력을 갖고 이른바 우리 사회의지도자라고 하는, 그들만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탁하고 어지러운 세태에 한 줄기맑은 샘물 같은 선조들의 지혜는 무엇일까? 그것을필자는 선비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선비 정신은 시대적 사명감과 책임 의식으로 대변되는 정신이다. 또한 선비 정신은 청렴과 청빈을 우선가치로 삼으면서 일상생활에서 검약과 절제를 미덕으로 삼은 정신이다.

그들은 ‘청(淸)’ 자를 선호하여 청의(淸議), 청백리(淸白吏), 청요직(淸要職), 청명(淸名), 청류(淸流)등의 용어를 즐겨 썼다. 이러한 가치관은 지식인 사회에만 유효한 것이 아니었다. 사회 저변에 확산되어 일반 백성도 ‘염치없는 놈’이란 말을 최악의 욕으로 인식했고, 예의와 염치는 인간으로서 갖추어야할 기본 덕목이 되었던 것이다.

우리 선조들이 이미 오래 전 꿈꾸었던 자기 절제의청렴사회를 생각해 보면 부끄러운 요즘이다. 신기독(愼其獨)의 정신과 선비정신이 더없이 절실한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