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펙 쌓기 매달리지 말고 꿈 을 향해 달려가세요
    평범한 취업준비생에서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의 창업자가 된 박기태 반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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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eekly 공감 No.348
작성 김가영 | 위클리 공감 객원기자


“지식, 기술, 인맥보다 중요한 건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펙 쌓는 것을 꿈으로 삼지 말고 나를 진정 가슴 설레게 하는 꿈을 향해 달려가세요.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 대신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것을 실천하세요. 그 꿈이 대한민국의 미래이고 지구촌의 미래니까요.”

3월 22일 서울 광화문우체국 6층 청년희망재단 본부 대강당. 이날 강의의 주인공은 반크(VANK : 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 박기태 대표였다. 반크는 1999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국가 홍보와 교류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비정부 민간단체다. 눈을 반짝이며 강의에 귀 기울인 수십 명의 대학생들 앞에서 박 대표는 자신이 꿈을 실현하게 된 계기와 과정을 들려줬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보낸 이메일 한 통
그의 인생을 바꾼 운명적 선택


민간단체 반크 앞에는 항상 ‘사이버 외교사절단’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비정부 민간단체지만 정부기관 못지않게 한국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이메일로 대한민국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전 세계에 잘못 알려진 한국 역사 바로잡기에 발 벗고 나서왔기 때문이다.

전 세계 유명 교과서 제작업체에 독도의 다케시마 표기 문제를 지적하고 바로잡는가 하면, 독도와 동해가 표기된 세계지도를 제작해 각국에 배포하는 등 작지만 큰 변화의 첫걸음을 실천해왔다. 현재 반크는 국내외 수백 곳의 교류망을 형성하고 있을 만큼 규모 있는 단체로 성장했다. 물론 처음부터 지금 같았던 것은 아니다. 반크의 시작은 작은 펜팔 사이트였다.

“사실 제가 반크를 설립한 건 투철한 애국심이 있었다거나 목적의식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에요. 저도 평범한 취업준비생이었죠. 하지만 번번이 서류전형이나 면접에서 떨어졌고 좌절도 많았어요.”

취업은커녕 자원봉사 모집 공고에도 떨어지자 “분노감이 들었다”는 그는 여행사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일환으로 직접 명함을 만들어 덕수궁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외국인들의 가이드를 자처했다. 그러던 중 한국에 오고 싶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오지 못하는 프랑스인과 이메일을 주고받게 됐고, 그것이 펜팔 사이트를 개설하는 계기가 됐다.

“돈이 없어 해외에 못 가는 학생들, 우리나라를 궁금해하는 해외 친구들을 도와주고 싶었어요. PC방으로 달려가 단 하루 만에 누리집을 만들었죠. 해외 펜팔 사이트에서 외국인들의 프로필을 긁어와 반크 게시판에 올렸어요. 상황별 영어 문장 등 다양한 정보까지 곁들였더니 점차 이용자가 늘고 반응도 좋았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펜팔 과정에서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공감의 역사를 잘못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기점으로 펜팔 사이트에 지나지 않던 반크는 지금의 사이버 외교사절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펜팔을 하는 회원들이 외국인 친구들에게서 자기네들 교과서에 독도가 다케시마로, 동해가 일본해로 표시되어 있다는 내용을 듣게 됐어요. 이를 전해 듣고는 청와대와 국방부, 외교부 심지어 국정원 누리집에까지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조치를 취해달라고 제보했죠. 세계 최대 지도 제작 출판사인 ‘내셔널 지오그래픽’에도 이메일을 보내, 동해와 일본해의 동시표기를 청원하고 고구려의 역사 등이 잘못 기재되어 있다고 건의했어요.”

10일 후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자신들의 오류를 인정하고 수정하겠다는 답신을 보내왔다. 그의 용기와 실천이 가져온 커다란 변화의 시작이었다.


성공적 스펙 쌓기로 취업 꿈 이뤘지만
더 큰 보람 느끼는 일 좇기로 결심


이후 반크와 박 대표는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애초 그가 바라던 대로 반크는 탄탄한 스펙 한 줄이 돼주었다. 덕분에 그토록 원하던 여행사에 취직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었다. 바로 진정한 보람이었다.

“유명해진 덕분에 취업에 성공했지만 3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뒀어요. 반크를 운영하는 것에서 더 큰 보람과 가치를 느꼈기 때문이죠. 3개월 치 월급으로 서울 남대문 근처에 세 평짜리 사무실을 얻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반크 일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50평짜리 사무실로 옮겨 13만 명 회원들과 함께 체계적으로 활동하는 단체로 성장했습니다.”

현재 반크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한국인 유학생들을 통해 한국 역사를 바로 알리는 홍보물을 전달하고, 다양한 홍보 영상을 제작해 공유하고 있다.

“미국의 대학입학자격시험(SAT)용 세계사 교과서에는 중국 역사 지면이 약 50쪽, 일본이 20쪽, 한국은 딱 1쪽 할애되어 있어요. 그런데 그마저도 ‘한국은 중국 식민지에서 비롯됐다’는 문장으로 시작하죠. 많은 한국인 유학생들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고민하는 이메일을 보내옵니다. 이를 한탄만 하면 한계가 있어요. 문제를 지적함과 동시에 대안을 제시하고 행동으로 실천해야 변화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반크는 재능 기부와 협찬 등을 통해 세계지도와 대한민국 지도를 제작해 전 세계에 배포하고 있다. 이 지도는 르완다 오지의 한 작은 초등학교부터 미국 유명 대학의 게시판에까지 전 세계 구석구석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저는 저희 회원들을 ‘사이버 외교관’이라고 부릅니다. 펜팔을 통해 한국을 홍보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전 세계 역사 교과서에 잘못 기재된 한국 역사를 바로잡는 일로까지 발전했으니까요.”

여느 청년들과 다르지 않게 스펙에 목숨 걸고 취업에 올인하던 한 청년. 그가 펜팔 사이트 반크를 지금의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로 성장시킨 건 고민하고 걱정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행동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일을 찾았기 때문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보낸 한 통의 이메일, 그 작은 용기면 된다.

반크 사이버 외교관이 하는 일
사이버 외교관이란 사이버상에서 세계인과 교류하며 대한민국을 알리고, 한국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정보를 바로잡는 대한민국 누리꾼을 말한다. 반크 누리집에서는 정회원을 대상으로 한 달에 걸쳐 아래와 같은 사이버 외교관 교육을 실시한다.

• 한국 홍보자료 모으기
• 영어로 자기소개하기, 한국 소개하기
• 펜팔로 한국 홍보하기
• 채팅으로 한국 홍보하기
• 국제전문가 되기
• 한국 관련 내외신 기사 번역하기
• 해외의 한국 오류 발견하기
• 항의서한 보내기
• 국제서한 보내기
• 해외 한민족과 하나 되기
업데이트 2016-04-0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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