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의 네잎클로버는 누가찾아주지 않는다
  • 7274    

집에서 죽전캠퍼스까지는 2시간 반이나 걸렸다. 솔직히 ‘내가 이걸 왜 했을까’ 싶을 정도로 후회된 적도 있었다. 남들은 늦잠 자는 방학인데 여섯시 반이면 일어나야 했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일주일을 꼬박 수업을 듣는 게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날씨는 어찌나 추웠던지,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추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내가 들었던 수십 개의 강의 중 ‘이베이강의’가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게 ‘이베이’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쉽게 설명하면 세계적인 ‘중고나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전세계 바이어 그리고 셀러들이 물건을 사고 파는 오픈마켓이었다. 바로 그 수업이 지금의 내 모습을 크게 바꿔 놓았는데, 그때가 내 인생의 새로운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베이 수업은 대부분 실습으로 진행되었다. 영어로 가득한 사이트에 아이디를 만들고 물건을 올리고 팔릴 때까지 기다렸다. 실습도 실습이지만 담당 강사님의 성공 스토리를 곁들인 강의가 너무 재미있어서 이베이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무언가에 꽂힌 듯 도서관에서 이베이 관련책을 찾아보고, 이베이코리아에서 진행하는 강의도 챙겨들었다. 카페에 가입해 다른 사람들의 활동을 보는
것도 항상 관심사였다. 이베이 수출스타 프레젠테이션 때는 여러 기업 사장님들 사이에 섞인 앳된 학생의 모습으로 SBS뉴스에 출연하기도 했다. 더뎠지만 스스로 발전해가는 모습이 하루하루 뿌듯했던 나날이었다.

이베이와 울고 웃고 때로는 열정과 고됨 사이를 오갔다. 그러던 즈음, 세계적인 물류회사 ‘웁스 코리아(UPS KOREA)’의 수출입통관부에 입사지원을 하게 되었다. 부끄럽지만 무역관련 자격증 1개, 컴퓨터 활용능력 2급, 해외봉사활동 그리고 영어과였는데도 오픽 IM3, 토익 750점이 전부였다.

남들보다 낮은 스펙 대신, 청년취업아카데미를 통해 얻게 된 경험들에 대해 자기소개서에 철저하게 어필했다. 당연히 이베이가 주를 이루었다. 러시아부터 아프리카의 작은 섬나라 모리셔스까지 전 세계의 바이어들에게 300번 이상의 배송을 한 오직 나만의 경험, 일주일에 한두 개 팔렸기에 8월 땡볕에 걸어서 우체국을 오가던 일들 그리고 지금 탑셀러가 되기까지의 다사다난했던 과정을 말했다. 그렇게 나는 ‘웁스 코리아’로부터 최종합격 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내가 해오던 이베이와 굉장히 관련이 깊다.
 

이베이나 아마존 등 세계의 여러 공급자들이 파는 물건이 UPS 배송을 통해 들어올 때 그 통관 업무를 보는 것인데 100만 원 미만의 개인 건부터 엄청나게 큰 돈이 오고가는 삼성이나 LG와 같은 기업 건도 맡고 있다. 모든 것 하나하나가 연결고리 쇠사슬처럼 운이 좋게 잘 풀렸다. 하지만 그 행운은 노력과 기회를 만나지 않았다면 절대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베이 특강을 듣기까지 겨울방학 두 달은 눈바람을 헤치고 학교에 갔다. 탑셀러가 되기까지 거의 여덟 달은 손해도 보고 즐거움도 맛보며 이리저리 뛰어 다녔다. 글로는 담을 수 없는 노력의 과정들이 순간순간 기회와 만났기에 지금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절대 특별하고 특출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남들이 귀찮아하는 일을 시작하고 도전했고, 끈기 있게 밀어부쳤다. 입사를 하고 한 달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일을 배우며 업무 스트레스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추운 겨울, 강의를 들으며 대기업 입사를 꿈꿨듯 고된 업무 속에서도 또 다시 꿈을 키우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이베이를 놓지 않고 꾸준히 공부한 덕분에 수천 명이 참가한 ‘2015년 이베이 수출스타’에서 15명 안에 들어 연말 시상식 파티에 참여하기도 했다.

청년취업아카데미를 수료한 것은 내게 정말 큰 행운이었다. 교육과정부터 수료기간, 과정이 끝난 뒤에도 담임선생님처럼 챙겨주시고 현실적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던 운영기관 담당자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딸이 하는 모든 일에 믿음을 갖고 지켜봐주신 현명한 엄마,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또 다시 찾아오는 봄, 취업을 앞둔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화이팅!



 

업데이트 2016-03-23 08:31


이 섹션의 다른 기사
사보 다운로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