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S는 인재육성의 내비게이션
김동만 /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A4 종이, USB 인터페이스, 나사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중국의 진시황은 왜 전국시대를 통일한 후 글꼴과 마차의 바퀴 크기를 통일하려고 했을까? 그는 이를 위해 서동문(書同文)과 거동궤(車同軌)라는 법령까지 제정했다. A4 종이 규격이 나라마다 상이하고 현재의 컴퓨터가 통일된 USB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기계장치마다 나사의 사이즈가 다르다면 어떨까? 아마 엄청난 혼란과 불편함, 사고 등을 초래할 것이다. 또한 중국이 7개의 글꼴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면 현재의 경제성장이 가능했을까? 모두 표준화의 힘을 보여준 사례다.
그런데 "이런 표준화는 어디에서 왜 시작됐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현생인류로 추정되는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한 시점부터 인류는 소통과 거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표준화를 해왔다. 표준화는 다양한 참가자들을 설득해야 하고 그 과정에 있어 소요되는 비용도 매우 크다. 그럼에도 표준화는 현장과 이해관계자들을 연결하는 가장 전달력이 높은 도구이기 때문에 많은 분야에서 진행된다. 산업발전에 따라 영역이 복잡하고 넓어진 노동시장의 직무능력과 교육훈련분야도 그중 하나다.
1980년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800달러로 일본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산업현장과 교육훈련기관, 구직자 간에 직업능력에 대한 소통의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1인당 GDP는 2만9000달러로 16배 성장했다. 성장한 경제 규모만큼이나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직무능력에 대한 니즈는 다양해지고 기업, 교육훈련기관, 구직자 간에 소통의 문제도 더욱 복잡해졌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은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직무니즈를 표준화해 기업, 구직자, 교육훈련기관을 효과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현장 전문가가 모여 만든 인재육성 지침서이다.
우리나라에 NCS가 성공적으로 정착돼야 하는 이유는 2가지이다. 산업현장의 직무니즈를 표준화하면 경제적 비용절감과 사회적 가치창출의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거래비용을 최소화함으로써 교육훈련시장의 프로세스를 바꿀 수 있다. 훈련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자료(2015년)를 보면 대학생은 취업을 위해 1인당 4300만원의 스펙쌓기 비용을 지출한다고 한다. 정부는 6월1일 지난해 개발한 3D프린팅디자인, 해양플랜트기계설계 등 50개 NCS를 추가 고시했다. 그동안 948개를 개발하고 637개를 산업현장의 의견을 들어 계속 개선해왔다. 공단은 NCS의 개발과 개선에 더욱 많은 산업현장의 노동자와 경영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는 NCS를 블라인드 채용을 위한 핵심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확산시켜 가고 있다. 불필요한 스펙 쌓기로 인한 사회적 비용절감, 공정한 채용과정 구현 및 현장에서 일할 줄 아는 직원을 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노동시장의 경직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어떤 종류의 시작이든 처음에는 조금만 열심히 해도 성과가 나오고 변화가 있지만 어느 정도 성숙단계에 이르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그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필요하다. 규모가 작을 때는 필요한 모든 프로세스가 한눈에 보였지만 규모가 커지고 참여자가 많을 때는 이를 연계할 수 있는 시각화된 도구가 필요한 것이다. NCS는 우리나라 산업이 우수한 인적자원의 육성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공단은 NCS의 활용 및 확산을 위해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군 경력을 사회경력으로 연계하기 위해 국방분야로 확산시켜 가고 있다.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로 분주하다.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더 성장하고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산업현장에서 일을 잘하는 인재가 필요하고 그들이 우리나라 경제의 축이 돼야 한다. NCS가 채용, 직무역량개발 등 인적자원경영의 모든 분야로 확산된다면 우리나라 산업경쟁력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