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 정착돼야
김동만 /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 천재 이세돌을 이긴 21세기에도 일자리 문제 해결은 정부의 가장 중요한 미션 중 하나다. 국민이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직업 능력을 길러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는 것이다. 특히 4년째 청년실업률이 9%대를 상회하고, 청년이 원하는 공공기관과 대기업 등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정한 채용은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적 문제다.
최근 서울혁신센터 사회혁신리서치랩이 실시한 ‘사회 혁신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서 ‘계층 상승의 기회가 닫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8.6%, ‘학벌과 연고가 실력보다 중요하다’는 응답은 73.5%로 상당히 높았다. 한 방송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82.3%가 ‘우리 사회의 취업 기회가 공평하지 않다’고 답했다.
건전한 사회와 정직한 노동시장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채용의 공정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에서 발생한 채용 비리를 보면 모든 사람이 그 중요성을 절실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편견 없는 블라인드 채용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블라인드 채용은 구직자와 구인기업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채용 도구로 일을 잘할 수 있는 구직자를 공정하게 선발하는 것이다. 기업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모을 수 있고 구직자는 공정한 채용 과정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 90여 개국 290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끊임없는 노력과 멋진 팀워크로 값진 은메달을 딴 여자 컬링팀과 아시아 최초로 썰매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는 새로운 스타가 됐다. 열정과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당당하게 주인공이 된 것이다.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을 통해 실력으로 얻은 결과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환호하고 감동했다. 우리 사회가 역동성을 기반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을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거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청년이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만 이들이 성장해 사회를 바꿔나가고 발전시키는 건전한 리더가 될 수 있다.
최근 취업 사이트인 ‘사람인’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무려 응답자 76.8%가 ‘블라인드 채용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를 준비하는 구직자와 도입을 추진 중인 기업은 어려움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공단은 공공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채용 관련 컨설팅을 지원하고 인사 담당자 교육, 찾아가는 설명회 개최, 가이드북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NCS 홈페이지(www.ncs.go.kr)에 블라인드 채용란을 만들어 우수 사례와 동영상 자료, 채용 절차를 제공하고 면접신고센터 등도 운영 중이다.
그리고 공단은 블라인드 채용 관련 직무능력을 판단하기 위해 핵심 인프라가 되는 NCS를 개발해 활용과 확산을 지원하고 있다. NCS는 산업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태도 등의 내용을 국가가 산업부문·수준별로 체계화한 것으로 인재육성 설명서이자 우리나라의 직업과 직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다. 또한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노동시장의 변화에 근로자와 구직자가 대응하고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육성할 수 있도록 공단은 지속적으로 NCS를 개발·개선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투명, 공정, 신뢰라는 소프트파워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블라인드 채용이 성공적으로 정착돼야 한다. 블라인드 채용은 실력이 존중받는 사회로 가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청년들이 당당하게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제도를 구축하는 것도 우리 모두의 책무다. 모든 구직자가 노력한 만큼 원하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평등한 기회가 보장되고 채용 과정이 공정해진다면 우리 사회는 한 차원 더 성숙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