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도제제도와 한국의 일·학습병행제
박영범 /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고통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2016년 기준 평균 청년실업률은 17%다.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와 스페인의 청년실업률은 50%가 넘고, 이탈리아도 40% 이상이다. 반면 독일, 오스트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청년실업률이 10% 내외이고 성인실업률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OECD, 국제노동기구(ILO) 등은 독일식 도제제도에 바탕을 둔 교육훈련제도가 낮은 청년실업률의 주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4월 초 독일 기업 현장 방문에서 칼자이스(초일류 글로벌 광학기업) 등 히든챔피언들은 공통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육성`이라는 확고한 정책이 있으며 인재육성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독일은 고교 진학 단계에서 대학에 진학할 청년들과 고교 졸업 후 바로 일자리를 가지는 청년들로 구분해 진로 지도를 하는 이원화된 교육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특성화고교 졸업 후 바로 사회에 진출하는 경우 고교 단계에서 직업교육과 수습 근로활동을 병행한 현장실습을 거쳐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독일 기업들은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도제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도제훈련에 참여하는 청년들의 역량 증진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청년들도 자신의 진로에 적합한 기업을 선택해 도제훈련에 집중한다.
글로벌 볼트 나사 생산·유통기업인 뷔르트그룹 방문 시 만난 랄프 라거바워 이사는 본인도 도제생 출신이라고 소개하며, 도제훈련 실시는 기업의 비용부담이 아니며 무엇보다 효과가 높은 투자라고 강조했다. 도제훈련을 통해 들어온 근로자들은 재직하면서 대학이나 교육훈련 과정을 병행해 학위나 자격을 취득하도록 기업이 지원한다. 도제훈련을 거쳐 조직에서 성장한 근로자가 차별받지 않고 임원도 될 수 있는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적자원관리 시스템도 독일 도제제도의 성공요인 중 하나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독일 기업들은 인문계 고교와 대학 재학생들에게도 인턴과 현장 기반 졸업논문 작성 지원 등을 통한 현장실습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인턴, 도제제도 등을 통한 현장실습에서 기업들은 구직자의 역량을 검증할 수 있고, 근로자들도 노동시장 진출 시 필요한 직무역량을 갖추게 된다. 독일 제도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도제제도인 일·학습병행제는 2013년 말 50여 개 시범기업을 시작으로 2015년부터는 특성화 고교 재학생 단계로 대상을 확대하는 등 4월 현재 6700여 개 기업에서 4만여 명의 학습근로자가 일과 학습을 병행했거나 병행하고 있다.
일·학습병행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일과 같이 기업의 자발적 참여와 기업, 교육·훈련기관, 정부의 유기적인 협업 그리고 능력중심사회가 구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