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절벽에도 아직은 희망 있다(2016.12.16.)
박영범(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지난 11월 전체 실업률은 3.1%로 1년 전과 같았으나 청년(15∼29세)의 실업률은 1년 전보다 1%포인트 상승한 8.2%로 11월 기준으로 2003년(8.2%)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제조업 부진이 지속되면서 내년도 취업자 수 증가가 올해 30만 명 안팎에서 20만 명 중반대로 줄고 실업률도 3.9%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규 채용보다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최근의 추세를 고려하면 대학을 막 졸업하는 청년 구직자들의 일자리 찾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우리 국민은 교육에 올인하고 있으나 기대와 현실의 큰 차이가 ‘9포 세대’로 불리는 청년들의 심각한 실업의 근본적 원인이다. 2014년 기준 25∼64세 생산가능인구 중 대졸자 비중은 45%로, 영국(42%), 핀란드(42%), 스웨덴(42%)보다 높으나 대졸자들이 원하는 관리자·전문직·기술자 비율은 22%로 이들 국가(영국 47%, 핀란드 45%, 스웨덴 49%)의 절반도 안 된다.
청년들은 경제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 대학 졸업 후 3년이 지나면 일자리를 찾을 확률이 10%로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공공기관,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몇 년을 취업 준비로 보내는 것보다는 유망 강소 기업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좋은 취업 전략이다. 서울시와 서울산업진흥원은 지난 11월 성장성과 복지후생이 우수한 2016년 일자리 우수 강소기업 17사를 선정, 발표했는데, 정부나 많은 지자체가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유망 강소 기업을 선정해 알리고 지원하고 있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와 같은 유행어가 생겨날 정도로 이공대 학생들에 비해 취업이 어려운 문과대 학생들이 취업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고용 디딤돌 프로그램, 청년취업 아카데미 등 정부의 여러 지원프로그램이 있다. 특히, 대기업과 공공기관 30여 곳에서 1만여 명의 취업준비생을 교육·훈련해 유관 기관에 취업하는 것을 지원하는 고용 디딤돌 프로그램은 청년들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일하면서 배울 수 있는 한국형 도제 제도인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청년들이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훈련을 체계적으로 받으면서 자격이나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내년까지 1만 개 기업에서 7만 명의 학습근로자가 참여하는데, 청년들이 경력이나 전공과 무관하게 노동시장에서 필요한 실용적인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해외의 일자리도 청년들에게는 기회다. 우리나라는 청년 취업난이 심각하지만 나라마다 사정은 다르다. 일본의 경우 경기 호황으로 대졸자 취업률이 100%에 가까워서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우리나라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중진국이나 개발도상국 취업은 향후 청년들이 글로벌 기업가로 성장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해외 취업자의 47.9%가 ‘외국어 능력 향상’, 43.8%가 ‘글로벌 업무 경험’을 해외 취업의 장점으로 들고 있는데, 국내 노동시장으로 복귀하더라도 해외 취업의 경험은 청년들의 향후 인생 설계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올해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아 해외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지난달 기준으로 3294명으로, 2014년 1679명에 비해 2배가량으로 늘었다.
끝으로, 창업(創業)이나 창직(創職)도 해법이다. 정부는 창조혁신센터 등을 통해 청년들의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고, 우리나라 일자리 수(1만2000여 개)는 일본(1만7000여 개)이나 미국(3만여 개)에 비해 매우 적으니 청년들이 새로이 개척할 수 있는 직업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