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형 인재 키워 노동시장 미스매치 줄여야(2016.11.21.)
박영범(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한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대학 진학율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은 현장에서 필요하지 않는 스펙 쌓기로 시간을 낭비하고 기업들은 현장과 괴리된 학교 교육을 신뢰하지 않고 채용 후 직원의 재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과도하게 높은 대학 진학율 그리고 이에 결과한 청년들의 심각한 취업난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점 과제가 ‘국가직무능력표준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NCS)’ 개발 및 활용· 확산 그리고 한국형 도제제도인 ‘일학습병행제’의 보급이다.
현장에서 필요한 직무능력을 표준화해 국가 차원에서 체계화시킨 NCS의 개발에는 1만 2000여명의 현장 전문가, 교사, 그리고 학자들이 참여했다. 지난해까지 24개 직업분야 847개 직무에 대한 NCS가 개발되었는데, 지난 7월에 확정·고시되어 제도적 기반을 갖추게 됐다.
올해까지 230개 공공기관에서 NCS기반 채용을 했다. 이를 도입한 공공, 민간기업 모두 신규 직원의 퇴사율이 감소하고 업무 적응도가 상승했다. 지난해와 올해 1900여개 민간 기업이 NCS기반 채용 및 훈련을 해 NCS가 민간 부분에도 확산되고 있다.
현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 왔던 직업교육훈련 과정과 자격 제도가 NCS에 기반해 전면 개편되고 있다. 특성화고교와 전문대, 그리고 직업훈련기관이 NCS를 기반으로 교육훈련 과정을 개편하고 있다. 기존의 검정형 자격은 대폭 축소되고, NCS에 기반한 과정평가형 자격을 중심으로 자격 체계가 개편되면서 자격의 현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 현장에 적합한 교육훈련으로 실무형 인재를 육성해 노동 시장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고 청년들의 조기 취업을 촉진함으로써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일학습병행제의 정책목표다.
지난 9월까지 8153개 기업에서 NCS에 기반한 맞춤형 훈련프로그램이 만들어졌고, 2만 4042명의 학습근로자가 취업과 함께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 신입직원의 직무능력과 업무 적응력이 크게 향상됐고, 신규 직원의 이직률 또한 줄어드는 등 기업 생산성과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한 현장의 목소리다.
기업기반 일학습병행제 뿐 아니라 고교 단계의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고교와 전문대 통합과정인 유니테크(Uni-Tech)사업, 4년제 대학의 장기현장실습제도인 IPP 등 학교와 기업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단계별 모델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일학습병행법이 제정돼야 학습근로자가 일학습병행으로 취득한 자격이 국가자격으로 인정되는 길이 열린다.
기업, 대학과 전문대학, 특성화고교 등 교육현장, 그리고 직업훈련기관에서 현장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훈련이 이루어지고 학벌이 아닌 역량에 의해 평가받은 사회가 구축된다면 청년 실업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