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기술인이 대우받아야(2016.9.10.)
박영범 /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지난 4월 한국산업인력공단 산하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 실무자들이 우리나라 직업훈련제도 경험을 전수하기 위해 남미의 코스타리카를 방문했을 때다. 코스타리카 대통령으로부터 ‘한국의 제도와 경험에 대해 직접 듣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만남을 가졌다. 경제발전 단계가 낮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대륙의 많은 국가들은 우리나라 직업교육훈련 제도와 경험에 관심이 많다. 우리 기능인들이 급속한 경제성장에 상당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독일 등의 도움을 받아 산업화에 필요한 직업교육훈련 체계를 구축했고, 1970년대 초반까지 경공업, 1970년대 중반엔 중화학공업 발전에 필요한 기능 및 기술 인력이 양성돼 적기에 산업체에 공급됐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한 공로에도 불구하고 숙련기술의 중요성과 기능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처우는 여전히 낮다. 독일과 일본이 기능인 및 숙련기술 중시 정책을 통해 제조업 중심의 경제강국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여전히 ‘샌드위치’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숙련기술인과 기능인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 부족한 탓이다.
듀얼 직업훈련제도로 양성된 독일의 마이스터는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동등한 처우와 사회적 인정을 받으며 산업의 토대가 되고 있다. 물건을 만드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그 제품에 자신의 혼을 불어넣는다는 ‘모노츠쿠리’ 정신을 가진 숙련기술인들이 일본 경제를 ‘잃어버린 20년’에서 깨워내 다시 활기를 찾게 하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스페인 등 일부 유럽 국가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희망을 잃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꿈을 주기 위해 만든 국제기능올림픽을 벤치마킹해 만든 전국기능경기대회는 우리 직업교육훈련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숙련기술과 기능인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고 젊은 기능인들이 우수 숙련기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전국기능경기대회를 통해 선발된 예비 우수 숙련기술인들이 지금까지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총 19회 우승하는 업적도 이룩했다.
제51회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지난 5일 개막해 12일까지 서울에서 열린다. 국민과 함께하는 열린 대회를 지향하고, 인도·러시아·코스타리카 등 외국인들도 기술과 제도를 배우기 위해 참여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기능인과 숙련기술인 중심의 경쟁 위주 대회로 치러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숙련기술과 기능에 대한 사회적 경시 현상과 무관치 않다.
박근혜정부 들어 능력에 따라 평가받는 능력중심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한국형 듀얼 직업훈련제도인 일·학습병행제와 국가직무능력표준이 개발돼 힘 있게 추진되고 있고, 소기의 성과도 거두고 있다. 능력중심사회가 구축되면 숙련기술인과 기능인도 합당한 사회적 인정과 처우를 받게 될 것이다. 또한 과도하게 높은 대학진학률이 떨어지면서 청년실업의 근본적 원인도 치유될 것이다. 내년 전국기능경기대회는 52년 만에 처음으로 제주도에서 열린다. 제조업뿐 아니라 미용, 피부, 헤어, 제과, 제빵, 메디컬 케어 등으로 종목이 확대되고 있는 국제기능올림픽의 최근 추세를 고려했다. 내년 전국기능경기대회에는 보다 많은 국민, 특히 청년층의 적극적 관심과 아낌없는 성원과 격려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