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노동시장 개혁 그리고 능력 중심 사회
박영범 /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을 보면, 2016년 2월 청년(15∼29세) 실업자 수는 56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7만 6천명 늘어나 청년실업률이 12.5%를 기록했다. 2월은 졸업 시즌이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청년실업률이 높아지기는 하나, 이는 2014년 10.9%, 2015년 11%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정부는 9급 공무원 시험 응시인원 증가, 설 특수를 반영하지 못한 고용동향 조사 시기 등을 계절적 요인과 함께 청년실업률이 가장 높아진 이유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청년실업률은 2011년 7.6%, 2013년 8.0%, 2015년 9.5%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여야(與野)의 청년실업 대책
최악의 청년실업에 대한 대안의 하나로 4·13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청년수당을 제시하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층으로 한정하여 자기주도적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들에게 매달 60만원씩 6개월간 지원금을 주는 취업활동지원금, 국민의당은 후납형 청년구직수당을 공약으로 제시하였다. 후납형 청년구직수당은 구직기간 중 지급된 수당을 취업 후 상환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취업활동지원금의 연간 소요 예산은 2,500억원, 후납형 청년구직수당은 제도 도입 초기에 최대 8,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새누리당은 청년취업아카데미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등 젊은이들에게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더 주는 쪽으로 방향을 정리하였다.
정부도 당초 정부가 시행하는 취업지원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년들에게 구직수당과 면접비 등을 주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청년실업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은 총선 이후인 4월에 발표하는 것으로 연기하였다. 이번 청년취업 활성화 대책은 박근혜정부에 들어서 6번째 대책이다.
정부는 10개 이상의 부처에서 시행하고 있는 2조원 규모의 각종 청년실업 대책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어 효율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정부의 일자리 사업에 만족하는 청년들은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1995년 대학설립준칙주의를 도입하고 일정 요건이 되면 대학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여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학들이 새로이 생겨났고, 수도권 대학들도 정원을 대폭적으로 확대하였다. 1995년 50% 초반에 불과하였던 대학진학률은 2010년에는 80% 가까이 높아졌다가 현재는 하락하는추세에 있다.
1997년 말 발생한 외환위기를 시작으로 기업, 특히 대기업의 인적자원 전략이 핵심인재 위주로 전환되어 대학생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대기업, 금융기관, 공공부분 등 대학생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1995년 409만명에서 2006년 342만명으로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 결과 눈 높이가 높은 고급인재들은 대학에서 쏟아져 나오는데 이들을 수용할 만한 일자리는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전경련 조사에 의하면 3월 현재 209개 대기업 중 109개사가 채용계획을 확정하지 않았고 전년보다 늘리겠다는 곳은 9.1%에 불과하였다. 중국경제의 부진, 유럽의 경제 불안 등으로 올해의 상황이 더욱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이와 같은 상황은 재정사업의 효율화만으로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 같지는 않다.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청년 일자리 만들기
고용부 등 여러 부처와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수많은 청년 일자리 사업들을 시행하였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은 청년일자리 문제가 구조적이고 근원적인 처방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남성·여성 등 여러 계층으로 분절화된 닫힌 노동시장이다. 전체 근로자의 10% 정도인 대기업 정규직은 노조 등에 의해 보호를 잘 받고 있는 반면 나머지 90%는 근로조건이나 보호 정도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혹자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상당히 유연하다고 이야기하는데, 90%, 특히 중소기업의 비정규직은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
대기업 노동시장은 경직적이어서 일단 채용하면 해고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새로이 인력을 뽑기보다는 핵심인력에 집중하고 자동화 등에 의존하여 필요인력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노조가 강력한 대공장에서는 이와 같은 경향이 더욱 강하다.
대기업 부문의 임금피크제 도입, 성과급 확대 등 인적자원관리가 보다 유연해진다면 젊은 인력을 새롭게 뽑을 여유가 많이 생길 것이다. 올해 대기업임단협에서 지난해 공공기관에서 도입이 완료된 임금피크제가 도입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노동시장 개혁만으로 청년실업이 근원적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 대졸대비 고졸에 대한 노동시장에서의 보상 차이 그리고 사회적 차별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과도한 대학 진학열은 지속될 것이다.
대학설립준칙주의의 도입보다도 지난 30여년간 청년실업률을 구조적으로 악화시킨 더 큰 정책적 실책은 경제사회적 상황이 급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진학 장려정책을 지속한 것이다.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는 취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에게도 취업과 함께 진학을 장려하였다.
박근혜정부의 능력중심사회 구축이라는 핵심 국정과제는 마이스터교로 대변되는 이명박정부의 ‘선취업 후진학’ 정책을 더욱 발전시켜 학벌이 인적 자원 평가의 절대적인 기준인 노동시장을 구조적으로 변화시켜 인적자원이 직무능력으로 채용되고, 보상받고, 승진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능력 중심 사회 구현으로 청년실업 해결해야
인적자원을 학벌, 연공 등 속인적 요소가 아니라 직무능력으로 평가하는 데 근간이 되는 국가직무능력(NCS)은 1990년대 말부터 개발되기 시작하였으나 진전이 더디다가 박근혜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개발되어 2015년 현재 847개 직무에 대해 NCS가 개발되어 있다. 전년도부터 공공기관이 NCS 기반 채용을 시작하였고 민간부문은 중견,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채용 및 훈련에 NCS를 활용되고 있다.
2008년 이후 많은 대기업과 공공부문에서 고졸자를 다시 채용하기 시작하였는데, 고졸이 조직 내에서 성장할 수 있는 경로가 개발되어 있지 않다. NCS를 기준으로 고졸이 승진, 보상, 교육훈련에 있어서 대졸과 함께 차별 없이 공존할 수 있어야 과도한 대학진학률이 완화될 수 있다. 노동시장 개혁과 함께 능력 중심 사회 구현이 청년실업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