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엘리트 육성하는 사회가 돼야(2016.4.20)
박영범 /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스위스경제인연합회 하인츠 카러 회장은 블루엘리트다. 우리나라의 특성화고등학교에 해당되는 직업학교 출신으로 스위스 재계를 대표하는 기업인으로 성장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카러 회장은 높은 임금 수준에도 불구하고 스위스 제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1, 2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 이유는 도제교육을 통해 양성된 숙련기능인들 덕택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혹은 현장에서 익힌 실무를 바탕으로 성공한 기업인이 되거나 누구나 인정하는 장인이 된 경우는 많다. 정부가 숙련기술을 진흥하기 위해 시행하는 기능한국인 100호로 선정된 대성하이텍의 최우각 대표도 그들 중 한명이다. 46년간 초정밀부품 및 산업기계장비 제조분야에서 한 길을 걸어 온 그는 실업계 고교 출신이다. 그는 20년 전 직원 4명으로 시작한 대성하이텍을 10여 개국의 60여 개사와 파트너십을 가지는 연매출 500억원 이상의 강소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울산을 비롯한 전국 각 도시별로 개최되는 지방기능대회, 그 입상자들이 겨루는 전국기능대회, 세계 기능인들이 겨루는 국제기능올림픽 등 젊은 기능인들이 블루엘리트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도 구축돼 있다. 대한민국명장, 우수숙련기술자, 기능한국인 등으로 칭해지는 성공한 블루엘리트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청년들이 기능인의 길보다는 대학을 선호하고 있다.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하고도 대학진학을 선택하기도 한다.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현장에서 일한 후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어 다른 길을 걸어가는 젊은이들도 흔히 보게 된다.
1970년대까지는 젊은 기능인들이 블루엘리트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가 형성돼 있었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기능인의 길을 선택하면 사회적 차별이 고착화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특성화고 졸업자도 대학진학을 선호하는, 대학진학 열기가 더욱 과도해진 것이다.
스위스나 독일은 기업들이 도제제도를 통해 양성된 기능인들을 환영할 뿐 아니라 대졸자와 동등한 대우를 하기 때문에 구태여 대학에 진학할 필요가 없다. 결과적으로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은 선순환구조를 갖게 된 것이다. 이들 국가뿐 아니라 도제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나라들의 청년실업률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과거와는 달리 대학진학률이 70%이기 때문에 기능인의 길을 택한 청년들이 학벌에 관계없이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그 방안의 하나가 박근혜 정부의 핵심국정과제인 일학습병행제도이다. 일학습병행제는 참여기업뿐 아니라 근로자들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일학습병행제도를 통해 양성된 젊은 기능인들이 기업 현장에서 블루엘리트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를 확인할 때 능력중심사회가 될 수 있다. 노동시장에서 학벌이나 연공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직무능력표준도 2014년 개발돼 2015년부터 공공기관 채용에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채용뿐 아니라 교육훈련, 승진, 배치전환 등에서 있어서 공공부문, 민간기업 모두 국가직무능력이 활용돼야 한다.
지난해 브라질국제기능올림픽에서 우리나라를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한 브라질이나 중국은 우리나라의 1960~70년대 블루엘리트 양성정책을 벤치마킹해 제조업 강국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블루엘리트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여야 신흥 기능강국의 도전을 물리치고 기술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