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청년고용절벽과 능력중심사회"-경제인문사회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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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고용절벽과 능력중심사회(경제 인문사회연구회, 2016.3.22.)

 

박영범 /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요즘의 젊은이들을 결혼, 연애,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라고 이야기하는데, 지난해 청년실업률이 9.2%로 나타나 여러 가지 다각적인 정책노력에도 불구하고 청년 고용절벽은 쉽사리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필자가 대학을 졸업할 때는 웬만한 대학의 졸업장만 있으면, 대기업 취업이 어렵지 않았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취업을 위해 졸업도 미루는 상황이다.취업 포털 인쿠르트가 20대 회원 1,0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의하면 응답자 중 81.1%사회 때문에 취업이 어려운 것이라고 답하였다.

 

청년 고용절벽을 사회 탓으로 돌리는 청년들의 인식은 옳다고 할 수 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공부하여 들어간 대학을 졸업해도 원하는 직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가 과거의 잘못된 대학정책이기 때문이다.

 

1995년 대학설립준칙주의 도입과 함께 대학 숫자는 10년 간 131개에서 173개로 늘어났고, 1985년에서 1995년까지는 19만명 증가하던 대학생 숫자도 118만명에서 186만명으로 늘어났다. 고등학교 졸업자 10명 중 8명이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실업계고교(특성화고교) 졸업자도 취업보다는 진학을 더 많이 하는 기이한 상황까지 갔다.

 

대학을 나왔는지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가 개인의 사회생활 출발점을 결정하고, 그 이후의 사회·경제적 지위의 상당부분을 좌우하는 학벌중심 사회에서는 대학교육에 대한 수요가 과도할 수밖에 없는데, 대학설립준칙주의 정책의 치명적인 오류는 대학 졸업자와 고등학교 졸업자의 과도한 경제·사회적인 격차를 해소하기 보다는 누구나 대학을 갈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인기영합적 정책을 추구한 결과, 대학 졸업자의 과다 공급이 초래되어 대부분이 대졸자인 청년들의 심각한 구직난을 초래한 것이다.

 

대학설립준칙주의 도입 당시에는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개방화 추세와 부합되는 측면이 있었다고 할 수 있으나, 1997년 말에 발생한 외환위기로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이 근본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일자리 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는 대졸자의 수요를 고려한 정책의 변화가 요구되었음에도 과감한 정책변화를 하지 못한 것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200580%가 넘었던 대학진학률은 이명박 정부 이후 추진된 선취업 및 후진학 활성화정책이 효과를 보면서 70%로 떨어졌다. 경제적 논리로 보면 선취업 및 후진학 활성화정책은 제3공화국 시절의 새마을운동과 맥락을 같이 한다. 급격한 산업화로 도시로 밀려드는 농촌인구로 인한 취업난과 도시 빈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촌 개발을 통해 도시로의 이주 요인을 줄이고자 하였던 새마을운동의 기조는 고졸자 노동시장에서의 처우를 대졸자와 동등하게 만들어 줌으로써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의 수요를 떨어뜨리고자 하는 것이다.

 

고졸 취업 및 후진학 활성화정책은 고교직업교육기관을 취업중심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로 재편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었는데, 중등단계에서 장학금 등을 확대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현장 교육을 강화하였다. 공공기관, 은행, 대기업들로 하여금 신규 채용인원의 일정 비율을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 졸업자로 채용하도록 함으로써 고졸취업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하였다.

 

특히 중등직업교육의 수월성을 강화한 마이스터고는 이명박 정부의 가장 성공적인 교육정책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박근혜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능력중심사회 구축은 노동시장을 근원적으로 개편하여 결과적으로 대학진학률을 떨어뜨리고,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현상 및 청년층의 중소기업 취업기피 현상을 개선하고자 하고 있다.

 

 

능력중심사회 구축의 두 축은 일학습병행제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National Competence Standards)이다. 스위스식 도제학교를 벤치마킹한 일학습병행제도는 채용예정자를 학습근로자로 채용하여 일정기간 체계적인 훈련을 시킨 후 채용을 확정하는 것이다.

 

정부가 기업 현장에 특화된 훈련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고 훈련교사 및 훈련생들에게 일정 비용을 지원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법이 통과되면 훈련수료 후 시험을 통과하면 국가자격이 주어진다.

 

2017년까지 1만개의 기업에서 7만명의 학습근로자를 훈련시키고자 하는 기업형 일학습병행제도는 고교, 대학단계로 확대되고 있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도입을 통해 고교 재학생의 참여를 확대하고 있고, 현재 13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는 IPP(장기현장실습)형 도입을 통해 대학의 취업 교육을 강화하고자 하고 있다. 일학습병행 과정을 통해 고교와 전문대학 교육을 통합한 유니텍(Uni-Tech)사업도 시행되고 있다.

채용, 전보, 승진 등에 있어서 학벌과 연공이 중시되어 온 노동시장에서 인적자원을 평가하는 새로운 준거로서 제시된 국가직무능력표준은 2014년에 개발이 완료되어 2015년부터 공공기관 채용에 활용하고 있다. 2017년까지 모든 공공기관은 NCS에 기반하여 채용하여야 한다. NCS 기반 채용으로 어학, 해외연수 등 과도한 스펙이 아니라 기업에 실제로 필요한 스펙에 의해 채용이 이루어지는 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된다.

NCS가 채용뿐 아니라 전보, 승진, 교육훈련에 있어서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부문에서 학벌이나 연공을 대체하는 새로운 준거 기준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출신대학이 채용보다 가장 중요한 준거가 되고 역량보다는 연공이 전보나 승진에 중요시된다면 학벌·속인 중심 고용관행이 유지될 수밖에 없고 과도한 대학진학열도 계속될 것이고, 청년고용절벽의 근원적인 해결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데이트 2016-03-22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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